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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풍경이야기

[기차 여행] 기차로 떠나는 아름다운 남도여행 [3] 광양제철소를 거쳐 옥곡장터에서 만난 소박함







순천 선암사를 떠난 일행은 버스 속에서 순천만에서 민박을 한다는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을 곳이 있는지,
숙박을 하려면 비용은 얼마인지를 묻다가 여건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되고
 블로그 이웃인 광양제철에 근무하시는 고바우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반갑게 전화를 받으시는 고바우님
자신의 농장인 잣밭골에서 멧돼지의 횡포를 정리하고 있다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합니다.
^^

기차가 있을지 시간표를 보니 이미 끝!!!
선암사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역으로 향했던 목적지를 버스터미널로 바꾸고 급히 내렸습니다.
새로 지어져 깨끗한 순천종합버스터미널은 휴가철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었습니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광양제철소 근처인 광영!!!
그곳에서 다시 중마동의 물금횟집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낸 우리는 하룻밤을 근처 모텡에서 보내고
이른 아침
지난 밤 고바우님이 제안 한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견학을 하기로 하고 근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모텔 근처의 식당 '판문점'

들어서는 시간에 이미 몇팀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근처에 출장을 와서 일을 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조촐한...
하지만 깔끔하게 차려진 상에는 맛갈스런 찬들이 간단하게 놓여 있습니다.

조기구이에
미역국을 받고 보니 생일상 같습니다.
^^

이곳 전라남도에는 특이하게도 김을 굽지 않은 상태로 왜간장이 아닌 조선간장을 찍어서 밥을 싸 먹습니다.


그리고 달걀부침이 나왔는데...
식당에서는 잘 하지 않는 반찬입니다.
왜냐하면 달걀은 사람마다 그 익힘의 정도를 달리해서 즐기기 때문으로
입맛에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침을 먹은 우리는 광양제철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러 큰 길가로 나옵니다.
하지만 택시는 커녕 버스조차 탈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도시의 교통방식에 익숙해 있어 실수를 한 것입니다.
시골에서는 보통 호출택시를 불러서 타야 하는데...

아무튼 아침부터 땀깨나 흘리며 걷고 도 걸어 드디어 중마시장앞에서 택시를 타고,
그 택시의 전화번호를 메모하고는 광양제철 2문으로 향합니다.


멀리서 마징가젯트를 바라볼때 반짝이는 바다는 막상 가까이서 보니 오염이 심해 생물이 살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누군가 바른 의식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해서 바르게 처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맞은편에서 바라 본 광양제철 2문의 모습입니다.

이 한장의 사진은 2문에서 인증샷을 날렸다가 국가기간산업이니 사진촬영이 않된다는 경비들과 말다툼도 벌이고,
사진을 다 지운 후,
말다툼을 한 경비의 말이 저쪽 건너편에서 찍으면 된다고 하기에 건너와서 찍은 것입니다.

물론 국가기간산업이니 이것 저것 비밀을 유지해야 할 것도 있겠지만
내부의 주요시설도 아니고 그냥 길에서 보이는 모습까지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반감이 생깁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뭐 그리 숨기고 감출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광양제철소에서 개선하거나 더 감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바우님의 안내로 광양제철소의 완전히 자동으로 컨트롤 되는 뜨거운 열연공장과
견학이 허용된 곳들을 차로 이동하며 구경하고 보니,
무더운 여름 한번쯤 견학을 하고 나면 바깥이 얼마나 시원한지,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다시 새기게 될 듯합니다.

광양제철소의 견학을 마치고 부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옥곡역으로 이동을 합니다.
이번에는 고생하지 않고 이곳으로 올 때 타고 온 택시를 호출하여 편하게 타고 갑니다.
^^

옥곡에 도착하니 마침 옥곡 장날입니다.

기찻길 한쪽을 차지 한 소박한 장터에는 장이면 빠지지 않는 뻥튀기 기계와
요즘 보기 드문 신기료장수도 눈에 뜨입니다.


메론보다 조금 더 큰 산수박...
일행에게 이것 하나 사서 먹자고 하니 손사래를 칩니다.
왼쪽의 3개가 1만원, 오른쪽은 5천원인데...
깎아서 먹는 산수박의 맛을 몰라서 인듯합니다.

그런데 재만 것은 장터 장사하는 분들이 다들 팥빙수를 드십니다.
누가 사다 준 것인지 아니면 주문을 한 것인지...
더운 날씨에 한 그릇씩 들고 더위를 쫓습니다.

그래도 이곳 옥곡에 오니 제대로 된 장 같습니다.
규모는 작고 소박하지만,
이것 저것 볼 것들이 많습니다.
젯상에 올리는 문어다리를 오려 만든 봉황,  폐식용유로 만든 세탁비누, 길바닥에 길게 늘여놓고 파는 검은 고무줄,
바닷장어를 이쁘게 다듬어 놓은 모습하며, 도시라면 상품성 없다고 쳐다도 보지 않을 꼬부라진 오이와 가지


장터의 소소한 일상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배까지 불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

이렇게 장터 구경을 할라치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장터에 있는 음식
장터 국밥입니다.
마침 장터 한가운데의 허술한 건물에 '시장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들어서니 그야말로 시골스럽기 그지없습니다.
^^

어울리지 않는 커튼에 커다란 꽃무늬 벽지까지...
그야말로 멋이라는 것 보다는 임시방편 편리 위주로만 꾸며져 있습니다.
ㅎㅎㅎ
주인 아주머니께는 지송함다요!!!


일행은 순대국밥을, 필자는 새끼보국밥을 주문하고
곧이어 투박한 음식들이 나옵니다.


옥곡에서 난 재료로 만든 살이 통통한 고사리나물, 고구마줄기나물, 이지역 고추와 마늘, 아삭한 열무김치...

드디어 국밥이 나옵니다.

위는 순대국밥, 아래는 새끼보국밥입니다.
순대 국밥은 괜찮은데...
새끼보 국밥은 살짝 냄새가 납니다.

만약 이곳에 가실 분이라면,
 비위가 강하지 않은 분이라면 순대국밥을 시키실 것을 권합니다.
^^


이곳에서 아쉬운 점은 풋고추나 마늘을 찍어 먹는 쌈장입니다.
시골이라 묵은 장을 기대했던 필자가 급 실망하게 된 이유입니다.

식당이나 음식점에 가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쌈장이 나올 경우 필자는 그 업소는 등외로 보며 쌈장에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하지만 쌈장을 먹지 않고도 다른 음식을 먹을 수는 있는 것이니 투박하고 인정어린 손맛으로 만들어진 나머지 찬들로 식사를 합니다.

특히 잘 익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주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은 어디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양념통의 뚜떵을 보고는 의문이 듭니다.
'재비'... 뭐지?
뚜껑을 열어보고야 내용물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제피가루입니다.
ㅎㅎㅎ
젊은 나이에 할머니가 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그저 그런 모습으로 정감이 가는 식당입니다.


시골 장터의 진정한 맛은 한잔의 막걸리에 있는 듯합니다.
'광양 동부 생 쌀막걸리'한잔에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 있습니다.
^^
정감어린 시골의 작은 장터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숨도 쉬기 어려울 지경의 무더위에 내던져 집니다.

12시 48분에 부산으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 위해 옥곡역으로 향합니다.
조금만 가면 된다는 옥곡역은 더위속에 가도 가도 나오지 않습니다.
완전히 낫지 않은 왼쪽발의 아킬레스건염은 족쇄가 되어 걸음을 자꾸 늦어지게 합니다.

드디어 옥곡역!!!


에어컨 조차 없는 역 대합실에는 벽걸이 선풍기 하나만이 지친 여행객들을 맞아 줍니다.

수세미를 심어 만든 아치를 지나 정확하게 도착하는 열차를 타고 우리는 부산으로 향합니다.

16시 48분에 부산 부전역에 도착할 기차는 그곳 부산에서의 또 다른 만남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2010년 8월 9일 광양제철소를 견학하고 옥곡장터를 지나 부산으로 향하며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