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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풍경이야기

[순천 선암사] 기차로 떠나는 아름다운 남도여행 [2] 한국불교태고종의 본찰 순천 선암사



12시경 순천역에 도착하여 그 유명하다는 남도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딱히 계획도 없이 그저 철도로 남도를 돌자는 생각만으로 떠안 여행이라 순천만을 갈 것이냐,
아니면 송광사나 선암사를 갈 것이냐로 잠시 머뭇 거리다 결론은 가까운 선암사로 향했습니다.
^^

정호승님의 시와 뒷간[선암사 해우소]으로 유명한
'선암사' 바로 그곳으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그런데...
1078년 이후 줄곳 차량을 운전하며 지낸 필자나 함께 한 일행은 순천시의 도로나 길 사정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ㅠ.ㅠ
이러한 우리의 행동에 혹자는 '여행을 간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준비가 부족해서 어떻게 하느냐' 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의 여행에 대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나러 나서는 길일터,
굳이 명소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 시간을 나누고 목적지를 쫒기며 다니는 것 보다는
유명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할지라도
그저 물 흐르듯 우연히 생각나고 기억나는 곳 아니면 바로 그자리에서 눈에 뜨이는 곳를 향해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는 것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아무튼 외삼촌의 배려로 선암사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곳에 도착을 하여 버스를 기다립니다.
노선은 단 하나
그래서인지 버스식별 번호도 '1'번입니다.
앞으로 40여분을 뙤약볕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고 또보고...
노선안내및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기계에 구멍이 날 지경입니다.
^^

드디어 인고의 40여분이 지나고 버스가 도착을 합니다.
종점이 선암사이니 가장 편하게[?] 휴식을 취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선암사까지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시내버스가 45분가량을 달리고 달립니다.
상사호 언저리를 돌아 버스는 드디어 한국불교태고종의 본찰인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을 합니다.



선암사에 들어서려면 성인은 1500원의 입장료를, 차량의 경우 주차료가 2000원인데...
국립공원에서도 사라진 입장료를 사찰에서 징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이 돈을 받아서 사찰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

조계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산의 동쪽과 서쪽으로 유명 사찰을 두고 있습니다.
선암사에서 고개를 넘으면 그 유명한 승보사찰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삥을 뜯기는 기분으로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면 돌 기둥이 2개 좌우로 서 있습니다.
하나는 '조계산 선암사[曺溪山 仙巖寺]'
또 다른 하나는 '선교양종대본산[禪敎兩宗大本山]'이라고 새겨진 돌 기둥입니다.
지난 세월속 선암사의 위용을 잘 알게하는 글귀입니다.



석주를 지나면서 우측에는 여러 부도탑들이 있고,
좌측으로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에는 가족 나들이 객들로 가득하고
우거진 숲길에는 시원한 숲바람이 불어와 더위에 지친 탐방객의 땀을 시원하게 씻어줍니다.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산802번지에 자리한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년)에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짓고,
신라 경문왕1년 도선국사가 선종 9산 중 동리 산문 선풍으로 지금의 선암사를 창건하였으며 
선암사 주위에는 수령 수백년 되는 상수리, 동백, 단풍, 밤나무 등이 울창하고 특히 가을 단풍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선암사 입구에 있는 자연 암반을 받침대 삼아 아취형으로 세워진 커다란 승선교(보물 제400호)가 있는데,
승선교다리 아래로 보이는 승선각의 모습은 마치 선경을 연상케 합니다. 

 


도선국사가 현재의 위치에 절을 중창하고 1철불 2보탑 3부도를 세웠다고 하는 선암사는
지금도 1철불 2보탑 3부도가 전해지고있다고 하며 그 외 수많은 문화재가 성보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삼창주 의천대각국사가 대각암에 주석하면서 선암사를 중창하였다고 하는데,
천태종을 널리 전파한 대각국사 덕에 선암사는 호남의 중심사찰이 되었다고 하며,

중종 35년(1540)년 중수했다고 알려진 선암사 일주문
특이하게 일주문 기둥이 낮은 담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암사의 한 일화 중에 사 이름과 절 이름의 개명에 관한 것이 있는데,
몇차례의 화재로 인한 소실을 안타까워하던 상월스님이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1761년 산 이름을 청량산으로 사찰명을 해천사로 개칭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조 23년(1823) 3월 30일 실화로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동의 건물이 불에 타자 다음해부터 해붕(海鵬), 눌암(訥庵).익종(益宗)스님 등이 제6중창불사를 하여 현재의 규모를 갖추었고 산명과 사명을 다시 복칭(複稱)하였다고 합니다.


절이야 어디든 다 비슷 비슷한 구조나 배치이니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지나온 세월을 말없이 전해주는 단청이 사라진 처마며
여러차례 진행된 중수를 기록한 거북이 등위에 올려 세운 중수비는 선암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제 선암사에서 가장 유명한 뒷간
선암사 해우소 입니다.

필자 일행이 가장 관심을 가진 곳이기도 한데...
화장실로서는 유일하게 문화재(자료214호)로 등록된 곳이고,
건축연도만 해도 300년이 넘는 곳이 바로 이 선암사의 해우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사찰의 화장실을 젊잔하게 표현해 해우소(解憂所)라 하지만,
원래는 정랑(淨廊), 청측, 아래 사진 속의 화장실 입구에 써진 것처럼 뒷간이라고 불렀습니다.

뒷간의 형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一자형 건물에서 북측으로 출입용 맞배지붕을 내어 전체적으로는 T자형을 이루고 있는 건물로
출입구쪽의 人자형 맞배지붕의 널판처리가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어
화장실 건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도록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양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 '싼뒤' 혹은 '센뒤'로도 읽히는 곳!!!

뒷간 안으로 들어가 보면 T자형 건물의 구조 덕분에
자연스럽게 왼쪽은 남자용 칸으로,
오른쪽은 여자용 칸으로 남녀를 구분하여 사용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특히 사방이 나무살로 이뤄진 벽은 참으로 과학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무살로 이뤄진 이 벽은 역한 냄새를 없애주는 환풍구 역할을 하고 있고, 
직사광선을 적당히 피하게 해주면서도 나무살 사이로 빛이 들어와 화장실을 밝히는 조명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초하룻날 변을 보면 그 떨어지는 소리가 섣달그믐날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깊이가 깊기로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



그 예전 절간에 무슨 여자들이 많았을리도 없고,
남녀로 구분한 것이 언제부터일까?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 듯하여 그냥 생각속에서 지우고 맙니다.
^^

선암사 해우소를 끝으로 돌아서 나오는 길...
승선교 아래에 또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역시 자연석을 주춧돌 삼아 세워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보려고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뜻을 이룰 수 없자 자살을 하려고 하는데
홀연히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했답니다.
대사는 이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우고 절 입구에 승선교를 세웠다고 전하는데...
승선교 아래의 똑 같이 생긴 이다리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
이름이나마 있는 것일까요?
짝퉁 승선교?

같은 자리에 있고 용도도 같으면서 대접이 다르니 이 다리는 섭섭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선암사를 나서는 길 끝에는 들어서며 보았던 부도탑들이 보입니다.



선암사를 출발하여 순천으로 향하는 1번버스 시간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발걸음은 어느새 선암사를 벗어나 있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향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

선암사에 들며 보았던 바위에 새겨진 글귀...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읽기는 나무아미타불로...

무량수, 무량광으로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 합니다.

우리가 깨닫고 나면 무한한 생명이며 무한한 빛이다.
나의 아미타를 찾으면 바로 부처가 된다. 는 불교의 기본 사상을 함축하여 염불처럼
 
여행이란 본시의 모습을 찾는 것이니
내가 나선 길[道]도 나를 찾는 도[道]도 다 같은 길을 찾는 일...

순천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길을 찾으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2010년 8월 8일 한국불교태고종의 본찰 순천 선암사를 나서며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