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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박근혜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의 스위스 비밀 계좌와 이후락 부정축재



박정희 정권 시절 10년간 중앙정보부장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10월31일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전임자인 김형욱 중정부장과 함께 박 대통령 심복을 자임하며 온갖 공작정치로 유신독재 체제의 기반을 닦은 이후락씨는 한국 현대사를 암흑으로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1년 박정희 소장이 일으킨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해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으로 권력 전면에 등장한 이후락씨는 그 뒤 1963년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하자 39세의 나이에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6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1970년 6대 중앙정보부장을 맡아 다시 3년 동안 악명 높은 정치 공작을 벌여 유신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1972년에는 박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평양을 비밀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고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1963년부터 10여 년간 박 대통령 심복으로 있으면서 이후락씨는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리부장’으로 불렸다. 가장 오랫동안 박 대통령 곁에서 돈을 주무른 그는 한때 공화당 내에서 부정축재 시비가 불거지자 “떡을 만지다보면 떡고물이 묻기 마련”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31일 사망한 이후락 전중앙정보부장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

1979년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김종필씨와 함께 이후락씨를 대표적인 부정축재자로 지목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1980년 6월18일 계엄사에서 발표한 이후락씨의 부정축재 재산은 194억3510만원. 당시 서울의 웬만한 집 한 채 값이 200만원 선이었기에 요즘 가치로 수조원대 재산을 긁어모은 셈이다. 
   
번갈아 중정부장을 지내며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미국으로 빼돌린 김형욱(앞)과 이후락(뒤).


이후락씨는 대통령비서실장 재직 중 신진자동차를 비롯한 45개 기업으로부터 본인 진술에 의한 집계액만으로도 28억원을 받았다. 또 서울 강남과 울산·제주·경기 지역에 대지·임야·전답 등 117만평을 매입해 30억원을 부정축재했다. 당시 가택을 수색하자 7억원의 현금과 수표 외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신군부는 이후락씨의 해외 도피 재산에 대해서는 한 푼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발표장에서 “이후락씨가 197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1580만 달러 상당의 빌딩을 매입하고 아들에게도 호화주택을 사줬다는 소문이 있으나 근거없는 헐뜯기로 보인다”라고만 밝혔다. 한마디로 신군부는 국내 부정축재 재산만 조사해 몰수하고 해외 도피 재산에는 면죄부를 줬던 것이다.
 
그랬던 이후락씨의 해외 도피 재산이 최근 고개를 내밀었다. 재미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효성 오너 일가의 미국 내 호화주택을 추적한 안치용씨가 이후락씨 일가의 미국 내 호화 부동산 구입 및 보유 실태를 조사한 뒤 <시사IN>에 보내왔다. <시사IN>은 국내에서 이후락씨 일가의 해외 재산 도피 배경을 추적해 종합해보았다. 그 결과 이후락씨 일가는 적어도 3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미국에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미국 내 요지에 있는 빌딩, 상가, 호화저택 형태다. 

 우선 이후락씨 가족은 미국 뉴저지 주의 부촌인 알파인에 호화주택, 뉴욕 맨해튼에 대형 빌딩, 퀸즈에 대형 빌딩, 뉴저지 주 에지워터에 대지와 주택 등 최소 3000만 달러에서 많게는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안치용씨가 미국 현지에서 건물 등기부와 부동산 거래내역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주로 이후락씨의 외동딸 명신씨와 사위 정화섭씨 명의였다. 현재 이후락씨 가족 중 사위와 외동딸 그리고 둘째 아들과 며느리가 미국에 살고 있다.
 
이후락씨의 부정축재 재산 해외 도피와 관련해 외동딸 부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씨가 중앙정보부장일 때 사위 정화섭씨가 했던 역할 때문이다. 이후락씨는 중정부장 재직 중인 1972년 12월 정화섭씨를 중정 국제 담당 국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그의 역할은 박정희 정권의 스위스은행 계좌를 관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1978년 미국 하원 국제관계 소위원회가 펴낸 <한미관계 조사보고서>에는 이후락의 스위스은행 계좌가 자주 언급된다. “박 대통령에게 바쳐진 자금에 관해 본 위원회가 여러 자료를 종합 판단할 때 이후락은 이 자금을 모아 스위스은행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은행 계좌가 실제 있다는 것은 은행 기록, 이후락 아들 이동훈의 증언으로 입증됐다. 이동훈은 소위원회 조사관에게 스위스은행에 있는 돈은 (아버지 돈이 아니라) 대통령을 위한 정부 자금이라고 했다.”


바로 그 스위스은행의 비밀 계좌는 한때 정화섭 씨 명의로 되어 있었다. 미국 정유회사인 걸프 사가 1969년 8월21일 스위스 유니언은행 서정귀씨 명의로 20만 달러 리베이트를 송금하자 유니언은행은 이 돈이 입금된 사실이 기재된 계좌 명세서를 1969년 9월2일 사위인 정화섭씨에게 발송했다. 이후락씨 사위인 정씨가 이후락씨의 부정축재 자금을 관리한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박정희 비자금’과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최근 조사 결과 정화섭씨 부부는 1975년 초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해 11월3일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에 자리한 주택을 8만3000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사람은 1980년 8월25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키키 해변에 가장 인접한 이라카이 아파트 1426호를 당시로서는 큰돈인 34만2000달러에 구입했다. 

이들 부부는 몬다 어소시에이츠(Monda Associates)라는 법인을 설립해 1987년 8월24일 뉴욕 맨해튼 복판에 있는 빌딩을 매입했다. 당시 매입 가격은 720만 달러다. 정화섭씨는 2002년 4월 이 빌딩을 매도했는데 가격은 897만5000달러였다. 정화섭씨 부부는 또 1987년 6월10일 뉴욕 퀸즈 가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빌딩을 220만 달러에 매입했다.

현재 이들 부부가 사는 뉴저지 주 알파인의 주택은 대지가 2에이커(약 8094㎡)인데, 공시가로 380만 달러, 시가로는 600만 달러에 이른다. 또 이들 부부는 MMGK LLC라는 법인을 설립해 2007년 4월13일 뉴저지 주 에지워터의 땅을 무려 690만 달러에 매입했다. 이들 부부는 이처럼 수십 차례 거래를 통해 미국에서 주택과 빌딩을 사고팔며 재산을 관리해오고 있다. 

이후락씨와 박 정권의 미국 내 불법 혐의를 조사한 미국 하원 프레이저위원회의 보고서, 그리고 정화섭씨의 스위스은행 계좌 관련 역할 등을 놓고 볼 때 1970년대부터 조성한 그 많은 미국 내 재산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는 의혹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다. 


 
 
(2009-11-13 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