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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014 선비(士)

 

 

고대로부터의 편지, 위대한 유산 한자. 선비 014.. 선비(士)

 

 


선비(士)

 

‘소인한거 위불선(小人閑居 爲不善)’은 《大學》에 소개된 글귀로써, ‘소인은 한가하면 자칫 나쁜 짓을 한다’라고 풀이합니다.
사람이 한가하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칫 나쁜 짓을 하게도 되는데, 그것은 소인이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소인(小人)’은 소위 ‘군자(君子)’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써, ‘군자(君子)’는 유가에서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호칭입니다.
따라서 위 문장은 ‘군자’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소인’의 행태를 통해 ‘군자는 그렇지 않다’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부르며 존중합니다.
우리가 어린 남자의 이름 뒤에 ‘군’을 더하여 ‘~군(君)’이라 부르는 것은 그런 인격을 갖춘 사람이란 뜻이며 어린 여자의 이름 뒤에 ‘~양(孃)’이라 부르는 것은 ‘품안에 해를 품은 여자’라는 뜻입니다.


‘군자(君子)’에 비견되는 우리식 호칭에 ‘선비’가 있습니다.
‘선비’라는 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현재로써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선비정신’, ‘선비문화’ 등의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이니 우리로서는 소중하게 여겨야할 가치관의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선행된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비’의 의미에 대해서는 하나로 정리된 풀이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차제에 ‘선비’의 정의(定義)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국민정신의 새로운 정착을 위한 토대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비’를 한자로는 ‘士’로 표현합니다.
‘士’자는 불과 3개의 획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모양입니다만 단순한 모양일수록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한자의 특징입니다.
‘士’자는 과연 어떤 배경으로, 어떤 관계로 ‘선비’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일까요?


‘士’와 ‘선비’의 관계는 우리 지명(땅이름)을 통해서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경북의 한 산골 마을은 행정지명으로는 ‘사곡면(士谷面)’인데 주민들은 ‘싹실’로 부릅니다.
‘싹실’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곡(士谷)’이 되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싹실’이 ‘사곡’이 되는 것일까요?


‘사곡’의 ‘곡’은 계곡의 ‘곡’과 같습니다. 산 봉우리에서 뻗어 내려온 곳을 계곡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은 산기슭에 의미해서 집을 짓고 살게 되므로 계곡이 ‘곡(谷)’이 되고 ‘골’이 되어 ‘고을’로 쓰이게 되는 것입니다.
고을이 또 ‘실’이 되는 것은 봉화의 ‘닭실마을’이나 우리 어릴 때 사용하던 ‘마실간다’라는 말의 ‘마실’을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실’은 ‘고을’과 같이 ‘마을’이란 의미입니다.
‘실’이 ‘고을’이 되는 것은, 길을 통해 서로 이어진 마을들을 하늘에서 땅으로 길게 이어진 실(糸)처럼 본다는 의미이며 마을을 나무 가지에 열린 열매(實)와 같이 본다는 의미입니다.


‘사곡’의 ‘곡’이 ‘싹실’의 ‘실’과 같다면 ‘사’는 곧 ‘싹’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士’자 풀이의 소중한 단서가 됩니다.


‘士’자는 땅에 돋아난 ‘싹’의 모양입니다.
‘士’자는 모양이 같은 ‘土’자와 비교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두 글자는 모양이 같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모양이 같은 한자는 의미가 같습니다.
두 글자 모두 ‘땅에 돋아난 싹’의 모양인데, ‘土’는 싹을 토해낸 ‘땅’을 강조하여 ‘흙 토’라 쓰고 ‘士’는 돋아난 ‘싹’을 강조하여 ‘선비(싹) 사’라고 구분해서 쓰는 것입니다.
아래와 위를 길게 늘여서 쓰는 것은 강조의 의미입니다.


‘싹실’을 ‘士谷(사곡)’으로 옮긴 사례를 통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士’자의 숨은 의미에 접근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士’자는 ‘선비 사’라고 하기 이전에 ‘싹 사’라고 해야 합니다.
봄에 돋아난 싹은 겉으로는 아주 작고 연약하지만 그 싹이 돋아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싹의 상징은 강인한 지도자의 상과 닮아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싹이 돋아나기 위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땅에 떨어진 씨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땅에 떨어진 씨는 어둡고 추운 땅속에서 몸을 웅크린채 겨울을 견디다가 봄이 와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면 힘든 여정을 시작합니다. 두꺼운 겉껍질을 뚫고 어둡고 단단한 땅을 헤쳐 마침내 빛이 있는 밝은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나의 싹을 내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희생한 씨와 씨의 생명을 담보로 밝은 세상으로 돋아난 싹은 공동체와 지도자의 위상을 나타내기에 적당한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씨는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생명을 가진, 싹을 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싹은 씨의 생명과 희망과 꿈을 짊어지고 밝은 세상으로 나온 지도자입니다.
우리 공동체를 이끌고 어둡고 답답한 세상에서 빛이 있는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 꽃을 피워야할 싹 같은 사람이 ‘선비’입니다.


공동체를 어둠에서 밝은 빛의 세계로 이끌어갈 지도자가 선비입니다.
‘싹’ 같은 지도자가 선비입니다.
‘선비’를 ‘士’로 표현하는 까닭입니다.


【관련한자】
士(선비 사; shì) : 씨의 무리를 이끌고 밝은 세상으로 나온 싹, 빛으로 나아가는 지도자
土(흙 토; tǔ) : 싹을 토해내는 땅
谷(골 곡; gǔ) : 산 위에서 내려오고 또 내려왔다, 위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의미

 

 

 

<글/조옥구/‘한자의기막힌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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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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