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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종교/역사

016 손님(客) 위대한 유산(遺産) 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조옥구의 한자편지

 

 

위대한 유산 漢字, 고대로부터의 편지 016. 손님(客)


 


‘손님(客)’


우리 고향은 넓은 평야지대 한가운데에 놓인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드넓은 평야지대에 마을이 들어서다보니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려면 한 30분씩 걸어가야 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만, 저녁이 되면 어머니는 우리 식구들이 먹을 밥 외에 한 그릇을 더 담아서 솥에 넣어두시곤 하셨습니다.
우리 식구는 모두 저녁을 먹었는데 저 밥은 누가 먹을 것인지를 물었더니 “때 놓친 손님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 구석진 시골 한 농촌에서 있었던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무언가가 있음직한 심증은 뒤로 하고 여기서는 우리 겨레가 소중히 여겨 ‘손님’이라 부른 그 ‘손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손님’은 ‘손’의 존칭입니다.
때문에 ‘손님’에 대해서 알려면 ‘손’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손’은 우리 인체의 ‘손’과 이름이 같으며 이름이 같다는 것은 무언가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머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이 먼저 떠오릅니다. 손을 조정하는 기관은 두뇌입니다.
손은 두뇌와의 특별한 관계에 있습니다.
이 관계를 나타내는 한자가 ‘孫(손자 손)’자입니다.


‘孫’은 ‘子+系’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子)에서 이어진(系) 것’을 ‘손’이라 한다는 뜻으로, ‘머리에서 이어진 손’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子)’는 곧 ‘머리’가 됩니다.
따라서 혈연관계를 나타내는 호칭 가운데 ‘자손(子孫)’은 ‘머리와 손’의 관계를 이용해서 만든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子’자는 또 ‘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子’자는 ‘씨’에서 싹이 튼 모양으로, 반드시 그 모체가 되는 무엇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이자(利子)’라는 말이 ‘원금’을 원금을 전제로 한 개념인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머리’를 ‘子’라고 했다는 것은 머리의 모체가 되는 무언가가 또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손과 머리’ 그리고 머리의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손과 머리’, ‘머리와 손’의 관계와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흔적이 고대 왕의 호칭인 ‘천자(天子)’에서 발견됩니다. ‘천자(天子)’라는 호칭은 ‘하늘이 아버지이고 임금은 그 아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천자(天子)’를 ‘자손(子孫)’과 연계해서 생각한다면 ‘천-자-손’이 되어 ‘하늘과 머리와 손’이 ‘셋’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좀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이 ‘셋’의 관계가 ‘손’의 실체로써 우리 선조들은 ‘손’을 단순히 ‘손’으로만 보지 않고 하늘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손’을 ‘손’이라 부르는 것으로부터는 이처럼 그 바탕에 깔린 ‘하늘과 머리와 손’의 ‘세 단계’의 논리체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손’의 풀이는 ‘客(손 객)’으로 검증할 수도 있습니다.
‘客’은 ‘宀’과 ‘夂’ 그리고 ‘口’로 이루어져 있는데, ‘宀(집 면)’은 집과 같은 공간으로 이 ‘세상’을 나타내고 ‘夂(뒤져서 올 치)’는 ‘발’ 모양으로 ‘(세상으로) 내려오다’라는 의미이며 ‘口’는 ‘○’이 변한 것으로 (세상으로 내려온 존재의) 우주적 속성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손’은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적 존재’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客’의 풀이인 ‘손 객’에서 다시 입증됩니다.
대체로 ‘손 객’과 같은 풀이는 ‘손은 객과 같다’라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牛(소 우)’도 마찬가지고 ‘足(발 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의 풀이들을 통해서 우리말 단음절어의 뜻을 추정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객’은 ‘가+ㅣ+ㄱ’의 3단계로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이 3단계는 ‘손’의 논리인 ‘하늘과 머리와 손’의 3단계와 동일합니다.
그래서 3번째인 ‘손’은 역시 세 번째인 ‘객’과 같은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손’은 그냥 하나의 ‘손’이 아니라 ‘하늘의 손’입니다.
‘손’은 하늘의 내려옴입니다. 하늘의 이어짐입니다.
따라서 ‘손님’은 ‘하늘에서 온 님’의 의미입니다.
우리 겨레가 손님을 소중히 여겼던 것은 그가 하늘에서 온 님이었기 때문입니다.


【관련한자】
損(덜 손; sǔn) : 하늘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내려오듯 덜어진다는 의미
孫(손자 손; sūn) ; 머리(子)에서 이어진 것(系)이 손이라는 의미
遜(겸손할 손; xùn) ; 주인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는 의미
巽(손괘 손; xùn) ; 두 손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듯 공손하다는 의미
飡(저녁밥 손; cān) ; 아침 점심에 이어 세 번째 밥이라는 의미
子(아들 자; zǐ) ; 씨에서 싹이 나다, 새끼가 태어나다, 자식이 태어나다, 자식, 새끼
系(이을 계; xì) ; 실이 이어지듯 위에서 이어지다
客(손 객; kè) ; 손님은 하늘에서 세상으로 온 사람이라는 의미
宀(집 면; mián) ; 비바람을 면하게 해주는 집, 집과 같은 구조물, 공간, 세상
夂(뒤져서 올 치; zhǐ) ; 발의 모양, 걸어오다, 내려오다
口(입 구; kǒu) ; 입과 같은 구멍, 음식이 들어가는 구멍

 

 

<글/조옥구/한자의 기막힌 발견의 저자>

 


 

 

'한자의 기막힌 발견' 의 저자 조옥구교수께서  ‘한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를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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