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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예언한 한편의 영화속 대사...[씬시티]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예언한 한편의 영화속 대사...[씬시티]

 

난 언젠가 지금의 현실과 같은 것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는데...

어디서인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문득 생각났다.

 

그것은 2005년 개봉한 영화 '씬시티 (Sin City)'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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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본편의 경우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 마브의 이야기 - 미키 루크
둘. 드와이트의 이야기 - 클라이브 오웬
셋. 하티간의 이야기 - 브루스 윌리스

 

섬뜩함을 느끼게 했던 그 속의 대사는 브루스 윌리스가 씬 시티에서 유일하게 정직한 형사로 분한

"하티간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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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를 할 필요는 없겠지?

신문 읽었어?

올해가 선거가 있는 해라 내 사진을 수 없이 봤을텐데...

 

내가 누군지,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잘 알지?

 

하티간, 당신을 마무리하는 중이야

냉정하고 철저히 당신을 마무리하는 중이지

 

당신은 내 아들의 귀를 날려버렸어 걔 팔도 날려버렸고 심지어 거시기까지 날려버렸더군

그애는 지금 혼수상태야 결코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

 

이봐, 그 애는 미국 대통령이 되는 첫번째 루크가의 사람이 될 수도 있었어...

 

하지만 네놈이 그 아이를 혼수상태의 고자로 만든거야

방아쇠를 당기면 파워풀하게 느껴지나?

 

파워란 배지나 총에서 나오는게 아냐

파워는 거짓말에서 나오지

 

크게 거짓말을 해서 세상 전체가 너랑 함께 돌아가게 해야지

일단,

사람들 가슴속으로 알던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게끔 만들어야 하는거야

 

여기 이 병원에는 약 500명이 있어...

난 네놈한테 지금 당장 총알을 잔뜩 쑤셔넣고도 체포되지 않을 수 있지...

모든 이들이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줄거야.


중요한 모든 이들이..

만일 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면 신 시티를 움직이는 모든게 카드더미처럼 부서져 내리게 돼...

 

하지만 난 네놈이 건강해졌으면 해

난 심지어 네놈이 더 나은 수술을 받게 하려고 내 돈까지 썼지. 네놈의 심장병을 고치려고...

네놈은 아주 오래 살게 될 거다
그건 내가 보장하지

 

네놈은 그 꼬마애의 강간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게 될거야

그리고 내 아들을 쏜 죄로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거다.

 

네놈의 부인. 넌 그녀에게 진실을 말했고 그녀는 죽었어

누구한테든 진실을 말하면 그놈들도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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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영화 [씬시티]는 그래픽노블의 영상화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볼수도 있다.

 

부패한 종교와 정치. 권력의 졸개들. 위협적인 창녀들과 부패 경찰. 순수함을 가진 스트리트 파이터. 

인육을 즐기는 순수를 가장한 살인마.  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소녀댄서와 경찰. 권력을 등에 업은 성도착 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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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런 캐릭터들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인 '씬 시티'를 묘사한다.

인물간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나열한것 같아 보이는 것도,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주인공임을 말하고 있는것 처럼 느껴진다. 

 

탈색 시켜버린 건조한 화면에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원색의 자극'이 느껴질 때면,  그건 이미 캐릭터를 위한 장치가 아닌, '불안한 씬 시티'에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길 정도의 '불길한 징조' 임을 느끼게 된다.

 

씬 시티는 폭력과 살인, 모함과 비리로 넘쳐나는 '구원 받을 수 없는 버려진 도시'이다. 

여기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폭력과 살인이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을 누르고 일어서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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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는 정의감과 의무감을. 어떤이는 사랑을. 또 어떤이는 생존을 위해 살인을 행한다.

그들의 살인 동기가 어떠한 것이든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무자비한 복수극 뒤에도 그들은 행복해 지지 않는다.
아니 행복해질 수가 없다. 
살인은 살인을 부르고,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폭력과 살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씬 시티' 는 인간의 무지함과 폭력성을 온갖 자극적인 방법을 총동원하여 보여준다.  
동시에 인간의 순수함과 한낱 실오라기에 불과하지만 희망의 그림자 역시 비춘다. 
금새 자취를 감추긴 하지만 말이다.

 

절대로 대중성을 갖추기 어려운 만화를 원작으로한 잔인하고 어두운 내용의 영화이지만, '프랭크 밀러'를 공동 감독으로 하기위해,  감독협회를 탈퇴하면서까지 고집스럽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로드리게즈에게 찬사를 보낸다.


철학을 담은 스타일하며, 원작자의 의도역시 잘 반영된,  보기드문  '웰메이드 매니아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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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씬시티 (Sin City)'는...

 

2005년 4월 개봉한 (미국 기준) '씬시티 (Sin City)'는 개봉 첫주 무려 2900만불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4000만불을 들인 이 영화는 정확히 한주만에 제작비를 거둬들여 버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몇주나 탑10에서 버티며 결국 7400만불을 벌었고, 월드와이드 수익은 그 2배인 15000만불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첫주의 흥행은 기록적인 것이여서 다른 개봉작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이정도 흥행작은 수시로 개봉된다.

하지만 영화는 R등급에다 지독히 컬트적인 요소들. 그리고 로버트로드리게즈 감독이 감독협회를 탈퇴하면서 메이저영화사의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제작한 영화가 이 정도의 흥행을 하였다면 정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탭, 캐스트.

 

먼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을 천재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단순히 감독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촬영, 편집은 물론 음악까지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야 만다.

 

분명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촬영을 단기간에 뚝딱 해치워버리고는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리고는 결국 성공시켜 버린다.

 

그는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지만 느와르풍의 영화는 물론 어린이용 SF액션물까지 만들어 성공시켰다.

실제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스파이키드'씨리즈가 '씬시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 들였다. 물론 씨리즈의 한편한편이 말이다.

이쯤 되면 그를 깍아 내릴만한 흠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씬시티'를 제작하게 되면서 그는 짧은 데모필름 (오프닝에 사용된...) 하나로 엄청난 배우들과 그 동안 아무도 설득하지 못했던 원작자 프랭크밀러까지 설득했다.

그 만큼 그 영상의 위력은 대단했다.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만큼 대단한 배우들이 이 영화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블루스크린 촬영 덕분에 배우들이 스케쥴을 조절할 필요가 없었다.

배우들을 한번에 모으지 않고도 따로따로 촬영해서 컴퓨터로 합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촬영이 성공적이려면 우수한 배우들이 필요했고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성공적이다.

 

단순히 유명한 배우들을 끌어모은게 아니라 정말 적절한 장소에 배우를 배치했다.

미키루크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런 배역을 소화했을 것이며, 로자리오도슨이나 알리야우드, 베네치오델토로의 캐릭터는 영화 속 캐릭터와 정확히 일치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감독의 권력이 아닌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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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의 영상화

 

미국의 만화시장에서 코믹스와는 또다르게 조금 차별화 되는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를 영화로 재현해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 작품이 제작되기 이전에는 말이다.

'씬시티'는 정말로 완벽히 그 임무를 수행해 내었다.

흑백에 하이라이트 컬러를 사용했던 원작의 이미지를 (단순히 그림이야기가 아니다)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작가 프랭크밀러는 본 작품의 영화화를 반대해 왔다.

허나 로버트로드리게즈 감독은 데모영상으로 그를 설득했고 그것이 결국 장편영화로까지 이어졌다.

 

내용은 진지하고 성찰적이면서 거칠지만 그것이 어떤 개성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독특한 영상과 마주칠 떄 그것은 특별해진다.

이야기는 더욱 깊이있게 전달되고 강한 콘트라스트는 그만큼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영화에 사용된 기법 (강학 흑백톤에 부분적인 컬러색조 사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흔히는 쉰들러리스트에서 이미 보았던 기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기법을 통째로 이용했다.

영화의 전반에 사용되었고 그 각각의 강렬한 컬러들은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눈에 즐거운 영상이 아니라 작품과 영상이 하나가 된 것이다.

만약 그 컬러를 흑백으로 처리했더라면 아마 영화는 절반의 감동도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 흑백으로 상영된 (의도적으로) 영화들과는 또 차별화된다.

영화는 고전적인 분위기나  리얼한 재현을 연출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흑백기법과는 달리 무척 선명하다.

 

영상의 구석구석은 날카롭다.

마치 날이 선듯한 콘트라스트비는 관객에게 긴장을 가져다 준다.

편안하고 아늑한 감상보다는 시종 경계하고 긴장을 하면서 바라보기를 원하고 있다.

더불어 영화의 템포도 무척 빠르다.

 

여러이야기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지만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원작자의 참여 덕분에 영화내용과 핵심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영상실험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좋은 내용이거나 흥미로운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그다지 쉽지않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영상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래픽노블을 스크린으로 재현해내었다는 점에서 자그만한 단점을 상쇄하는 위치에 올라 설 것이다.

[2005년 10월 19일 unknownn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