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가 제일 싸다고? | ||||||||||||||||||||||||||||||
“미끼 상품 빼고 대형 마트 상품 중 싼 건 몇 가지 안 된다.” 이 말이 사실일까? 제수 용품에서부터 선물 구입에 이르기까지 할 일 많은 설을 앞두고 ‘대형 마트 저가 신화’의 진실을 파헤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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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대형 마트의 상품이 진정 싸기는 한 것일까. <시사IN>이 신년호부터 ‘기자 체험-마트 끊고 살아보기’를 연재한 뒤 많은 제보가 잇달았다.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들 제보의 골자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동네 슈퍼 상인은 “미끼 상품 빼고 대형 마트 상품 중 싼 건 몇 가지 안 된다”라며 대형 마트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일까? 제수 용품에서부터 명절 선물에 이르기까지, 물건 사야 할 일 많은 설을 앞두고 <시사IN>이 대형 마트 저가 신화의 진실을 파헤쳐보았다. 같은 공산품인데 대형 마트가 더 비싸다? 2006년부터 명절 물가를 조사해온 전국주부교실중앙회는 이번 설을 앞두고도 전국 16개 시·도 전통 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월6~7일 이틀간 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전통 시장은 평균 13만4553원, 대형 마트는 평균 18만7759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곧 전통 시장을 이용하면 대형 마트를 이용할 때보다 제수 비용을 5만원가량(28.3%)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명절 물가 조사는 육류·과일·채소 등 설 제수 용품 22개 품목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명절 아닌 평상시 조사에서도 결과는 유사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8~12월 전국 7대 도시 19개 대형 마트·전통 시장에서 7개 분야(수산물류·육류·곡류·과일류·야채류·가공식품류·생활용품류) 36개 품목을 상대로 월별 가격 비교 조사를 한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대형 마트 상품 가격은 전통 시장에 비해 평균 19.2%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표 참조). 이 중에서도 특히 육류(△26.0%)와 채소류(△25.5%)가 비쌌다. 이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상식으로 통한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교사 김 아무개씨(41)는 “재래시장에 가면 한 근에 7000~8000원 하는 돼지고기를 대형 마트에 가면 1만~1만2000원 주고 사야 한다. 고기나 채소는 확실히 대형 마트가 비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씨는 전통 시장보다 대형 마트를 즐겨 이용한다. ‘대형 마트 물건이 더 믿을 만하다’고 여겨서다. 실제로 상품에 대한 불신은 서비스·주차 시설 등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전통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앞서 조사에 따르면, 전통 시장의 원산지 비표시율은 대형 마트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곧 전체 36개 조사 대상 품목 중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품목이 대형 마트는 2개 품목에 지나지 않는 반면 전통 시장은 25개 품목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비공산품이 아닌 공산품 분야에서도 대형 마트 상품의 가격이 전통 시장보다 비싼 현상이 빚어진다는 사실이다(시장조사센터는 전통 시장 내 영업 중인 슈퍼마켓에서 이들 공산품 가격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다섯 달간 가공식품류 8개 품목(밀가루·식용유·된장 등)의 월 평균 가격은 대형 마트가 2만8959원, 전통 시장이 2만4729원이었다. 대형 마트가 전통 시장보다 4230원(14.6%) 비쌌다. 생활용품류 4개 품목(샴푸·치약·세제·티슈) 평균 가격 또한 대형 마트(2만9688원)가 전통 시장(2만4905원)보다 4783원(16.1%)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ㅍ치약을 만드는 L사는 “제조업체는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일단 물건이 유통 업체 손에 넘어가면 가격 결정에 간여할 수 없다”라며, 들쭉날쭉한 가격은 순전히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든 전통 시장이든 주변에 새 점포가 들어서 경쟁이 과열되거나 하면 제살 깎아먹기를 감수하며 싼값에 물건을 팔기 때문에 점포별 가격 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통 시장이나 소규모 점포에 물건을 대주는 대리점 주인이 상품 가격이 오르기 전 물건을 대량으로 입도선매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형 마트가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바로 반영하는 것과 달리 전통 시장의 경우 한동안 이전 가격에 상품을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센터 경영혁신지원실 강성한 팀장은, 전통 시장의 경우 대형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을 낮게 책정하는 까닭에 가격이 싸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초기 투입 비용 외에 인건비·건물 유지비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대형 마트에 비해 전통 시장은 원가고정비가 덜 들어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형 마트는 시장조사센터의 조사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3.2kg들이 세제라 해도 일반 매대(판매대)에 놓인 제품이냐, 기획 상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반 매대에 놓인 제품만으로 가격을 일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싸게 샀다고 좋아했더니 용량이 다르다?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는 공급 단계에서부터 들어오는 물건이 다르다”라고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는 주장했다. 용기나 용량 면에서 이들 물건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업자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사IN> 취재 과정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호에 소개한 ㅍ치약 3개들이 세트. 동네 슈퍼에서 4600원에 팔리는 이 상품은 대형 마트에서 4380원에 팔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형 마트 것이 더 싸겠거니’ 했는데, 뭔가 이상해 들여다보니 용기와 용량이 미세하게 달랐다. 동네 슈퍼 것은 160g, 대형 마트 것은 150g으로 용량당 가격을 따져보면 동네 슈퍼 것이 더 쌌다.
ㄹ제과 ‘칸쵸’ 또한 마찬가지. 낱개 상품과 묶음 상품의 크기·디자인이 모두 같은데 용량은 다르다. 낱개 판매하는 기존 칸쵸(희망 소비자가 700원) 용량이 50g, 2개씩 묶어 파는 칸쵸 용량이 45g이다. 이렇게 용기나 용량을 달리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주장이 엇갈린다. ㅎ식용유를 만드는 C사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형 마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판매대가 넓은 대형 마트는 다양한 제품으로 구색을 맞추기 원하고, 소비자 또한 이를 원하기 때문에 이 회사만 해도 5~6가지 서로 다른 용량의 식용유를 납품한다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 성분도 다르다? 과자 가격을 취재하던 중 한 독자가 흥미로운 제보를 해왔다. 칸쵸의 경우 동네 슈퍼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의 성분이 차이 난다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일부 사실이었다. 곧 동네 슈퍼에서 파는 칸쵸(50g)와 달리 대형 마트에서 파는 칸쵸(45g)에는 달걀·고구마분말·베타카로틴·곡류가공품 등 재료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대신 대형 마트 제품 재료에는 물엿이 새로 추가돼 있었다. 이에 대해 ㄹ제과 담당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과자 성분을 일부 바꿨을 뿐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용 제품 성분을 달리해 따로 만들지는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대형 슈퍼에 비해 물건 회전율이 낮은 동네 슈퍼에는 옛 상품이 남아 있다 보니 오해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L사 관계자는 “용기나 용량 면에서는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용 제품을 달리할 수 있어도 성분을 달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면 생산 라인을 별도로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논리다. 칸쵸를 둘러싼 오해는 소비자 모르게 과자의 성분이 바뀐 데 따라 발생한 해프닝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대형 마트에서 요즘 판매 비중을 점점 늘려가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은 실제로 성분이 다른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7개 주요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PB 상품과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을 조사한 한국소비자원은, PB 상품이 NB 상품보다 평균 24% 저렴했지만 일부 PB 상품은 가격이 싼 대신 주요 성분 함량이 NB 상품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를테면 농협목우촌이 제조한 ‘ㅎ불고기햄(1kg)’은 PB와 NB를 만든 제조업체가 동일한데도 주요 성분인 돼지고기는 PB 상품이 NB 상품에 비해 30% 이상 적게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가격은 PB 상품이 NB 상품에 비해 11.1% 저렴했다). 인스턴트 커피 또한 마찬가지였다. J사에서 만든 ‘이마트 스타믹스 모카골드’, I사에서 만든 ‘홈플러스 좋은 상품 모카골드 커피믹스’, 롯데쇼핑의 ‘와이즐렉 모카골드’는 NB 제품보다 단위 가격이 6.3~30% 저렴하지만 커피 함량은 0.7~1.6% 적었다. ‘낚이는 소비자’ 대신 ‘똑똑한 소비자’ 돼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형 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통 시장 대 대형 마트 가격 조사를 대행해온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최애연 국장은 “조사 품목을 확장하면 대형 마트가 전통 시장보다 싼 것으로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단,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찾는 36개 품목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청 조사에서는 전통 시장이 갈수록 가격 우위를 점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형 마트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것 외에도 대형 마트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특정 품목에만 적용되는 할인 혜택을 과장해 소비자를 ‘낚는’ 대형 마트가 있는가 하면 대목을 맞아 은근슬쩍 물건 값을 올리는 곳도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마트는 지난해 12월30일 4380원에 팔던 ㅍ치약 3개들이 묶음 상품을 2주 뒤인 1월13일에는 6500원에 팔았다. 설 대목을 틈타 상품 가격을 무려 32.6%나 올려받은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박현주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대형 마트의 잘못된 행태는 소비자들이 나서 고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얄팍한 상술에 당하지 않으려면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취재 지원/이환희·임병식 인턴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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