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연예/방송

한국 태권도 ‘최고의 날’ 문대성 임수정 손태진 금메달 올림픽선수위원

한국 태권도 ‘최고의 날’    권오상 기자  

 

문대성, IOC 선수위원 선출
임수정·손태진 금빛 발차기
여자핸드볼 준결승 분패

 
한국 태권도 최고의 날이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탄생했고, 금메달이 한꺼번에 두 개나 쏟아졌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32) 동아대 교수는 21일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위 선수위원에 뽑혔다.

임수정(22·경희대)과 손태진(20·삼성에스원) 선수는 이날 밤 금메달 2개를 따내 한국 선수단에 각각 9번째, 10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위 선수위원으로 뽑힌문대성(32) 동아대 교수 

 

 
문 교수는 이날 중국 베이징 올림픽선수촌 국기광장에서 발표된 선수위원 투표 결과 총 7216표 중 3220표를 얻어 29명의 후보자 가운데 1위로 올림픽위 선수위원에 뽑혔다.

2위는 알렉산드르 포포프(1903표·러시아·수영), 3위는 클라우디아 보켈(1836표·독일·펜싱), 4위는 유밀카 루이스 루아체스(1571표·쿠바·배구)다.

이로써 한때 세 명까지 올림픽위 위원을 뒀던 한국은 지난해 9월 박용성 전 위원이 자진사퇴를 하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1명만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가 다시 위원 두 명을 보유하게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신설된 올림픽위 선수위원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선수들을 대상으로 위원을 뽑는 제도로, 일반 올림픽위 위원과 똑같은 권한을 가지며, 임기는 8년이다.

 

임수정 선수는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2005년 유럽선수권 우승자 아지제 탄리쿨루(22)를 1-0으로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남자 68㎏급의 손태진 선수는 4명이 코치와 선수로 출전한 미국 로페스 집안의 셋째인 마크 로페스(26)를 3-2로 이겨 한국 선수단에 10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은 이날 현재 금메달 10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6개를 따내 애초의 금메달 10개 획득 목표를 달성했다.

 

여자핸드볼은 준결승전에서 마지막 1초를 견디지 못하고 노르웨이에 28-29, 1점 차 패배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때의 눈물의 은메달을 금빛으로 바꾸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지만 동메달이 걸린 3-4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베이징/권오상 기자kos@hani.co.kr http://olympic.hani.co.kr/arti/ISSUE/39/305947.html
 

 

임수정 ‘금빛 뒤차기’, 종료 20초전 명중   홍석재 기자 조소영 피디  
 
주어진 시간은 3라운드, 단 6분. 시간은 20초밖에 남지 않았다.

임수정(22·경희대)은 “이때 조급했으면 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진 건 상대 아지제 탄리쿨루(터키)였다.

임수정이 두 차례 ‘10초 룰’ 경고로 감점(1점)을 받아 한때 앞서던 그였다.

금메달을 노린 탄리쿨루의 왼발이 임수정의 몸통을 노렸다.
기다렸던 순간이다.

발목의 뼛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팔꿈치 쪽이 아려 오는 통증도 잊고 참으면서 이때를 기다렸다.

임수정은 한 팔로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몸을 팽이처럼 돌려, 눈으로 상대를 확인한 다음 몸통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임수정 스스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다”던 주특기, 뒤차기였다. 탄리쿨루의 몸이 순간 휘청했다.

전광판에는 임수정이 결국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는 듯 그의 우승을 결정지은 숫자 ‘1’이 깜빡거렸다.

 

태권소녀 임수정, 뒷발차기로 금메달 ‘얍!’


베이징 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임수정이 1-0으로 아지제 탄리쿨루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태권도 4체급 출전 선수 가운데 첫번째 주자 임수정은 종주국의 진가를 과시하며 한국에 베이징올림픽 9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임수정은 여자 태권도 57㎏급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정재은, 장지원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전통도 이어갔다.

임수정도 “선배들이 시작하고, 이어오던 금메달 전통을 지키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1라운드 후반까지 임수정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거리를 두다가, 두 차례 경고를 받아 감점을 받아 끌려갔다.

큰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임수정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를 처음 봤고, 텔레비전으로 즉석에서 분석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려차기, 찍기 공격을 연속 구사하며 종주국 발차기의 매서운 맛을 과시했다.

그는 “질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겨놓고, 임수정의 오른발이 상대의 빨간색 보호대 옆구리 쪽을 강하게 차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40여초 뒤 임수정은 1m69 큰 키에서 나오는 금빛 뒤차기로 생애 첫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는 “올림픽이란 생각 없이 편하고 자신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금메달 따서 정말 행복하다”며 방긋 웃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forchis@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azuri@hani.co.kr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305946.html
 


손태진, 부상딛고 투혼의 금메달 
  
운명의 시간. 마침내 결승 매트에 올랐지만 오른쪽 허벅지를 파고드는 통증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았다.
21일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결승이 열린 베이징기술대 체육관.

손태진은 올해 올림픽 세계예선 때 왼발 팔꿈치 탈구 부상 악재를 딛고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물리쳤던 마크 로페즈(미국)를 다시 만났다.

승리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부상 악몽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던 건 아니었다.

오른쪽 허벅지 통증은 여전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발휘하겠다고 다짐한 손태진은 결연한 각오로 로페즈와 맞섰고 1라운드 시작 20초 만에 오른발 앞차기 선제 공격으로 먼저 포인트를 올렸다.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그는 종료 20초를 앞두고 다시 로페즈의 허점을 파고 들며 오른발 돌려차기로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위기에 빠진 로페즈의 반격이 거셌다.

로페즈는 2라운드 시작하자 마자 거칠게 공격했고 주무기인 왼발 내려찍기로 1점을 가져갔다. 손태진은 설상가상으로 감점을 받으면서 1-1로 원점이 됐다.


3라운드 들어 손태진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8강 경기 때 상대 선수의 무릎 공격에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던 손태진은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지만 로페즈의 위험한 공격에 급소 부분을 얻어맞고 매트 위에 고꾸라진 것.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던 손태진은 다시 일어섰고 마지막 한 방을 준비했다.

 

2-2로 그대로 3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손태진은 순간 방심한 로페즈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고 종료 부저가 울리기 직전 전광석화 같은 오른발 돌려차기 공격으로 상대 몸통을 가격했다.

스코어는 3-2로 바뀌었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손태진은 매트에 고개를 파묻고 진한 키스로 기쁨을 만끽했고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세리머니로 진정한 최강자 자리에 오른 걸 자축했다.

손태진은 "금메달 따면 좋을 줄 알았는 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함께 고생했던 코치진, 동료에게 보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짤막하게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3059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