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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희망이다

박원순변호사 문국현 대담

“기성 정치에 국민 실망…행복 주는게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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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기자김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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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khan@hani.co.kr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의 ‘칩거’로 20일 잡혀있던 박원순 변호사와의 인터뷰가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겨레>는 통합신당 경선후보 릴레이 인터뷰를 마친 뒤 실을 계획이었던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와의 대담을 먼저 내보낸다.
문 후보와 박원순 변호사와의 만남은 지난 18일 밤 서울대 환경대학원 한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손 후보 인터뷰는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때로는 거칠고 외로운 결단을 해야 한다. 큰 틀의 결단을 할 수 있겠나?

 

“국민은 결단 잘 내리는 분을 원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강약이 섞여있길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강하셨으니까 이제는 어머니 품처럼 온 국민을, 특히 약자를 배려해줄 수 있는 포근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이나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문 후보가 기업인 능력은 검증됐지만 정치적 경험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기성정치권에 계신 분들은 본인 스스로는 정치력이 검증됐다고 하는데, 국민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온 걸 보면, 검증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국민 마음을 읽을 수 있냐, 새로운 비전과 꿈을 제공하느냐, 다수 국민을 행복하게 하느냐를 정치력으로 본다면, 오히려 참신한 사람들이 더 큰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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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험 전무?] “국민이 기성 정치에 실망 행복주는게 정치력”



-기업경영과 정치,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기업도 거대한 자원을 관리한다. 특히 어떤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자원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하다고 본다.

정부는 좀 더 안정추구적이고, 보수적 성향이다.

그러나 기업은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창조적이다.

또 정부는 공익성이 많아야 하고, 사회적 자본을 늘리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헌신성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은 자칫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을 추구할 수 있다.

오늘날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가면서 기업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빌 클린턴은 ‘기업형 정부’를 말하면서 무려 2500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것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어받아 ‘창조적 정부론’으로 독일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고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실업률이 8%로 떨어졌다.

정부의 모든 조직, 활동, 예산을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유연하게 바꿔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선 출마는 본인에게는 중대한 전환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작년 가을쯤 희망포럼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3년 가까이 하던 ‘희망제안’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회적 대화나 대타협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쪽으로는 ‘시민사회가 더 이상 노력할 가치가 없지 않으냐’는 논의가 있었다.

또 연말연시에 박원순 변호사님과 정운찬 총장님, 그리고 저를 꼽아서 2007년에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사람으로 언론이 거론하기 시작했다.

저는 박 변호사님이나 정 총장께서 헌신성이 더 높으니까 그분 중 한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두 분이 나가시길 열심히 바랐는데, 5월 하순 정도 되니까 두 분이 나갈 의사가 없는 게 거의 확인됐다.

시민사회에서 국민후보로 저한테 기대가 몰려왔고 저도 책임감을 느꼈다.

또 유엔 글로벌컴팩트 등을 통해 전세계가 반부패, 기업의 노동권, 인권, 환경 보호를 위해 애쓰는데, 우리나라만 소외돼 있었고, 언론에 한 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 충격을 느끼면서 우리가 이렇게 전세계와 고립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또 많은 외국인투자가들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한쪽에선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고 북-미 수교를 반대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반도 한민족 전체에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전환기인데, 여기에 리더십을 발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경제 부문 말고 다른 쪽의 구상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제가 24년 동안 남달리 한 게 주로 사회복지, 환경, 여성, 문화. 노동, 생태, 지속가능성 이런 쪽이다.

저는 사회 쪽에서 가장 관심갖는 게 ‘일자리 복지’다. 일자리를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이동성 가지고 다른 나라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평생학습, 학습복지가 중요하다.

평생 경제적, 사회적, 가정적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해줄 학습이 중요하다.

김천시장한테 동의받아 김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앞으로 짓는 아파트 모든 1층을 ‘퍼블릭 소셜 스페이스’로 하게 해서, 방과후교실, 어린이도서관, 여성을 위한 공간, 어린이 도서관을 짓게 했다.

꼭대기 층 하나 더 지어주고 아파트 1층을 이렇게 활용하면 보육비와 사교육비가 획기적으로 떨어지고, 무엇보다 지역공동체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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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일자리복지’로 새 일자리 500만개 만들 것”

 

 

-‘일자리 복지’라는 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산적 복지’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일자리 복지는 생산적 복지와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은 평생학습이 없는 대신에 과로가 있어서 2500~2600시간 근무한다.

이것을 미국과 일본의 국제기준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50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

외국에는 3만개의 직업이 있는데, 우리는 1만5천개다.

우리에게 없는 1만5천개 직업은 대개 고부가가치 전문직 일자리다.

그러나 우리는 디자인, 엔지니어링은 사다 쓰는데 그것을 국산화하면 일자리 500만개가 만들어진다.

사회적 일자리로는 200만~4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참여정부 평가?
“국민을 너무 화나게 해. 의사소통의 문제 컸다”

 

-참여정부 안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신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공과가 확실한 것 같다.

권력기구들이 민주화된 것은 민주화 완성에 가까이 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 국제적 협력을 얻어낸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일본 중국보다 먼저 해낸 측면에서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무비자를 사실상 얻어냈고, 북한과 미국의 수교협상이 재개되도록 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그러나 잘못한 실수도 서너 가지 있다.

한미 FTA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 농촌을 사실상 포기하는 식으로 간 것,투자자-국가소송제를 수용한 것,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과 경쟁력 강화 대책이 부재한 것, 사회적 대화와 합의과정이 없었던 것 등은 큰 문제점이고, 이 문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꼭 있어야 한다.

또 국민을 너무 화나게 했다. 대개 의사소통의 문제가 컸다.

준비 없이 큰 정책을 불쑥 내민다든가, 연정 제안을 한다든가, 개헌 제안을 한다든가,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는 제공을 안 하고 적절하지 않은 때 다른 제안을 하다보니 미움을 많이 산 것 같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애는 썼는데 구시대 마지막 유산을 많이 이어간 대통령이 되신 것 같아 옆에서 보기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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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평가] “의사소통의 문제 컸다”

 

 

-다보스포럼에 참여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다보스포럼에서 발견한 진보적 요소가 있나?

 

“다보스포럼이 1999년 1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초빙해 글로벌컴팩트를 탄생시켰다.

다보스에 모인 경제인들이 반부패 운동, 노동권 신장, 인권 신장,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4대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7월 반기문 사무총장 주최로 열린 글로벌컴팩트 7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전세계 경제인 900명, 국제공공기구 대표 50명,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원장님과 교수 50명 등 1000명이 모여 회의를 열었는데, 귀국해보니 우리 언론에는 한 줄도 안 나왔다.

그게 너무 진보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반부패 운동 등에 앞장서는데, 우리 기업들은 서명도 안하고 그런 회의에도 못가는 수준이다.”

 

-다국적기업을 경영했던 문 후보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의외다.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미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4%다.

우리나라의 천박한 신자유주의자들이 미국이 마치 비정규직 천국인양 오도하여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을 55%까지 만들었다.

영국의 비정규직 비율도 6%다.

국민의 55%를 ‘지식의 무덤’이라고 하는 비정규직으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자들이야말로 한국에서 떠나야 한다.”

지지율 높은 쪽으로 단일화?
“순간의 점수보다 트랜드 중요. 추석 뒤 지지율 6% 넘을것”

 

-‘가치관이 같다면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얘기했었다. 그런 후보가 있나?

 

“신자유주의자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이라면 같이 갈 수 없다. (같이 할 수 있는 후보가) 현재로서는 없는데, 가능성 있는 사람은 있다고 본다.

이명박씨는 애초부터 70~80년대 개발독재의 화신이다.

그 양반은 입만 뻥끗하면 건설 토건밖에 모른다.

그분은 사람을 해고하는 능력이 있고, 비정규직 만드는, 아예 저희와는 정반대에 있는 분이다.

나머지 분들 보면 가능성은 있는데 너무 경제·경영, 국제적인 메가트렌드를 모르다보니 신자유주의에 세뇌가 많이 돼있다.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동영 후보는 신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민주당이나 문 후보와 만나서 100% 대통합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은 경제와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수화가 됐다.

요즘은 중소기업의 중요성 얘기하는데, 그렇게 살아온 족적이 없으면 구호만으로 실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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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추석 지나면 지지율 6% 자신”

 
 

-손학규 후보는 신자유주의 색채가 농후하다. 손 후보가 신당의 후보가 된다면 연대 대상이 안 되나?

 

“정말 어려울 거다.

그분은 한때 좋은 일 했던 분이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혼란을 많이 줬다.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많고 이명박씨와 비슷한 길을 걸어오신 분이다.

그래서 이미 국민들이 대충 그것에 대해서는 방향이 선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해찬 후보와의 연대는 어떻게 보나?

 

“참여정부에서 더 새로운 것을 갖고 계신지는 의문이다.

한참 경선이 진행되는데 제가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신당에 가 있고, 시민사회 쪽도 신당에 합류했다. 비전이 뚜렷한데도 현실정치에서 세력화에 대한 회의가 있는데.

 

“지금은 저희가 독자적으로 국민 지지를 확보할 때이지 남에게 얹혀갈 때가 아니다.

그분들이 통합된 당을 만들었는데, 다양성 때문에 같이 있어서는 안되는 분들이 한지붕 안에 있다.

거의 열린우리당 모습 비슷하게 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조직의 분위기 때문에 마지 못해 그 안에 갇혀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저희처럼 개방된 미래를 향해 나가는 미래세력을 보고 10월15일 이전에 몇 분은 합류한다고 본다.”

 

-어쨌든 단일화가 돼야 대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140명 넘는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할 건가? 당 대 당 통합은 안되는 건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당을 합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두 당이 연합정부를 만들고, 총리가 되는 사람만 어느 한 쪽에서 나온 거다.

당을 억지로 바꾸는 거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다.

이번에 만든 정당은 대선 후에 흔들릴 정당이지 100년 갈 정당은 아니다.

너무 스펙트럼이 넓다.

시대정신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합류한다고 본다.”

 

-단일화는 지지율의 차이로 하겠다는 건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인지도가 99%인데도 18%에 멈춰있고, 다른 사람은 인지도 70%도 안되는데 17%라면, 시간만 지나면 뒷사람이 더 존경과 신뢰받는 것이다.

한 순간의 점수보다 트렌드가 훨씬 중요하다.

3주만에 0%에서 시작해 4.4% 전국 지지도를 받는 건 없었던 일이다.

(제 지지도는) 추석만 지나면 6% 넘을 것이다.”

 

-돈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재산은 얼마나 되나?

 

“강의 원고료는 거의 다 기증했다.

국내·외에서 받는 연봉이 있는데, 10억 안팎이다.

세금으로 3~4억 정도 내면, 매년 6억 가까이 남는다.

몇억은 기증하고 시민사회운동에 써도 몇억이 늘 남았다.

퇴직금도 많이 받았다.”

 

3-00억 스톡옵션 진실은?


“누가 떠나는 사람에게 주나. 법 모르거나 의도적 흑색선전”

 

-후보결정이 늦어진 원인 중에 하나가 300억원 스톡옵션 때문에 그렇다는 시중의 소문이 있다.

 

“(농담조로) 그 돈 내게 줬으면 좋겠다.

선거자금도 되고 좋겠는데…. 그만 두는 사람에게 스톡옵션 주는 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킴벌리클라크도 3월에 한 번 주지, 아무 때나 주는 게 아니다.

아마 사람들이 너무나 법을 모르고 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흑색선전을 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저열한 행동이다.”


■문국현 30문 30답

생년월일 : 1949년 1월12일

태어난 곳 :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4가 241

초·중·고·대학 : 돈암초등학교, 동성중학교, 중동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주요경력 3개 :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사장·이사회 회장,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이사회 회장, 재단법인 유한학원 이사장

가족관계 : 아내 박수애(54)와 두딸 문지영(27), 문지원(22)

종교 : 가톨릭

한 달 용돈 : 용돈 쓸 시간이 없음

자신을 한 단어 또는 동물이나 사물로 표현하면 : 희망

장점 : 창조력, 설득력, 협동력, 결단력, 추진력, 낙관·긍정주의

단점 : 과도한 일정, 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 : 결혼

어릴 때 꿈 : 큰 바위 얼굴

좌우명 : 세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

첫사랑 : 초등학교 3학년때 짝궁

가장 후회하는 일 : 음악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좋아하는 연예인, 운동선수 : 김제동

감명깊었던 영화, 드라마 : 화려한 휴가, 오페라의 유령

사람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 : 살아온 발자취, 성실성, 협동심

자신이 가장 멋져 보였을 때 : 세계적 경영자로서 영광의 자리를 스스로 버리고 내려올 때

스트레스 해소법 : 기도, 명상

주량 : 포도주 1잔

징크스 : 없음

나를 가장 분노케 하는 일, 사람 :유전무죄

노래방 애창곡 : 희망가

취미 : 여행, 숲가꾸기

요즘 가장 고마운 사람 : 아내와 두 딸

일 잘 하고 못된 사람, 일은 못 해도 착한 사람 가운데 누구와 일할지 : 못해도 착한 사람,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

가장 심했던 슬럼프는 언제였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 80년대 반부패, 사내 민주화운동의 폭풍우를 지날 때, 자기 수련강화와 신앙으로 극복

사주·점 등을 본 적 있는지. 봤다면 얼마나 자주 봤고, 얼마나 적중했는지 : 나 스스로는 본 적 없음. 한두 번 훌륭한 동양철학 전공 교수님이 봐주셔서 웃고, 고무된 적은 있음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다음날 뭘 할 건지 : 사람입국 선포,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 재창조를 위한 사회적 대화 전개

정리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인터뷰 후기

‘선량한 시이오’ 이미지
정치 색채·기반은 모호

문국현 후보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2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사회과학 서적의 한 단어가 슬며시 떠올랐다.

민족자본가.

사회를 분석하는데 이미 효용성을 잃어버린 구닥다리 용어이지만, 그 인상만큼은 머리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민족자본가는 식민지 시대 노동자·농민과 손잡고 외국자본이나 매판자본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라고 한다. 문 후보도 비슷했다.

그는 통합신당의 손학규 후보는 “신자유주의자”라고, 정동영 후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수화가 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법을 얘기하면서는 “기업가들의 계략에 의해 벌칙조항을 없애버려 법이 무력화돼버렸다”고 했다.

비정규직 문제로 발생한 이랜드 사태를 말하면서는 “천박한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도 비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는 참모들이 반대하는데도 “강하게 비판하라”고 직접 주문했다고도 한다.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에 대한 강한 반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짜게 평가해도 최소한 ‘선량한 시이오(CEO)’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민족자본가는 반제 투쟁에서 철저하지 못하고 타협적이었다고 옛날 책들은 적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혁명의 전진과정에서 동요했고, 진정한 혁명의 주체가 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에게서도 그런 혐의가 느껴진다.

유럽의 보수화를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찬양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보완만 하면 일본, 중국보다 먼저 해내서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외파병에 대해서도 “전투병만 아니라면…”이라고 얘기했다.

가장 모호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상징인 다보스포럼이나 이에 대항해 만들어진 소셜포럼 모두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두 쪽을 다 갈 수 있다”고 내세운다.

그의 참모조차도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문 후보는 보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옛 기억을 더듬자니, 또 다른 구식 용어 하나가 더 기어나온다.

보나파르티즘.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처럼 자신은 별 정치적 기반이 없으면서도, 충돌하는 두 세력 사이에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권력을 쥐는 경우다.

문 후보는 당도 없고, 뚜렷한 지역적 기반도 없다.

그래도 그가 12월19일 최후의 승자가 된다면, 후세의 사가는 아마도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는 계층적, 지역적으로 대립하는 양대 세력이 있었으나, 어느 한 쪽도 다른 쪽을 압도할 수 없어 전직 기업인 출신인 문국현씨에게 중재를 맡겼다”고 쓸지도 모른다.

김의겸 기자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