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세계

무식한 정부의 황당한 낙동강 1,4-다이옥산 오염 대책,난데없는 4대강 정비 타령

무식한 정부의 황당한 1,4-다이옥산 오염 대책
국민 건강 대신 기업 감싸기, 난데없는 4대강 정비 타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염형철 (yumhc)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구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대구 경실련,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구광역시가 진행 중인 낙동강 정비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 김태헌

 

최근 며칠 사이 대구광역시의 생수 판매량이 20~40% 늘고, 약수터는 시장통이 됐다. 수돗물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기준량을 넘는 1,4-다이옥산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시민들이 수돗물 대신 자구책을 찾아 나선 탓이다. 영남권은 1991년 대구 페놀사고 등 대규모 수돗물 사고가 빈발한 곳이어서 수돗물 불안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오늘(1월 23일)에서야 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낙동강의 다이옥산 대책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인 50㎍/ℓ을 초과한 12일로부터 열하루가 지나고, 대구시가 1,4-다이옥산의 검출사실을 발표한 19일로부터도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주요 내용은 '다이옥산이 함유된 고농도 폐수의 전문처리 업체 위탁처리', '안동댐 등의 방류량을 22일부터 1주일간 총 1100만톤 추가 방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 추진해 중장기 대책 마련' 등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라는 게 이상하다. 정부 자료엔 오염 원인이 정확치 않고, 오염업체에 대한 대책도 없다. 열흘이나 준비했다는 대책이 기껏 '물을 끓여 마셔라', '낙동강 방류량을 늘렸으니 기다려 보자'는 수준이다. 더구나 4대강 정비사업을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게 참으로 뜬금없다.

 

오염원은 찾지 않은 채 오염기업만 지원하는 대책

 

정부의 첫 번째 대책은 '오염 업체의 1,4-다이옥산 함유 고농도 폐수를 낙동강의 유량이 평수기로 회복될 때까지 모두 위탁 처리(450톤/일)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 27억원은 중앙정부, 지자체, 그리고 업체에 분담시킬 것인데, 그 비율이 각각 50%, 40%, 10%다. 오염 처리 비용의 90%를 국민의 세금으로 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해당 업체들이 배출허용량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낙동강물이 줄어들어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라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면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그같이 정했다고 한다. 낙동강의 1,4-다이옥산 오염 원인이 오염 업체가 아닌 낙동강 탓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업체의 폐수량 저감을 위한 노력의 부재나 갈수기 수량을 잘못 예측한 부서에 대한 반성은 거론도 않고 있다. 하지만 안동댐의 방류량은 지난해 1월과 올 1월 사이에 10-20% 줄어든 정도여서(24만톤/일에서 20만톤/일 수준으로), 위 변명마저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15일 구미하수종말처리장에 유입된 1,4 다이옥산의 양은 145.3㎏인데, 구미·김천의 화섬업계 배출량은 52.6㎏ 정도로만 밝혀져 있다. 환경부가 파악하지 못한 제3의 오염원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미하수종말처리장의 다이옥산 농도는 14일 713.5㎍/ℓ에서 16일 556㎍/ℓ까지 떨어졌지만, 위 업체들에 조치를 취한 후인 17일과 19일에도 다이옥산은 653.4㎍/ℓ, 19일 706.4㎍/ℓ로 다시 높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고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는 오염업체조차도 제대로 찾지 못한 셈이다.

 

1,4-다이옥산에 대한 법적 규제 외면하는 내용 없는 대책

 

다이옥산 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양태로 2004년에 1차 다이옥산 파동이 있었다. 그때 정부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배출량 협약을 기업들과 맺고, 구미 왜관철교 지점에 세계보건기구의 1,4-다이옥산 권고치인 50㎍/ℓ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 고작이었다.

 

2004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갈수기와 정수장의 처리효율을 감안하여 1,4-다이옥산의 기준을 30㎍/ℓ로 정하고, 법적으로 의무화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낙동강의 특징과 정수 시설의 운영실태를 반영할 때 불가피하다는 논의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이후 환경부는 협약만 믿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발암의심물질인 다이옥산을 '특성 수질 유해물질'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구미김천지역 화학섬유업체는 대구지방환경청과 체결한 배출기준을 4년간 72회나 위반했다.

 

그럼에도 환경부의 이번 대책에는 법적 규제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낙동강 수계 1천만 시민들의 건강까지 포기하는 녹색 정부의 기업 사랑이 끔찍하다.

 

댐용수 방류로 오염을 희석하겠다는 것은 임시변통일 뿐

 

정부의 두 번째 대책은 '낙동강의 다이옥산 농도를 희석하기 위해 안동댐과 합천댐의 댐용수를 22일부터 매일 162만톤씩 1주일간 총 1100만톤을 추가 방류하겠다'는 것이다(안동댐 149만톤, 합천댐 13만톤 추가방류). 낙동강의 수량을 두 배 정도 늘려 다이옥산의 농도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1월 22일 현재, 안동댐 저수량은 4억800만톤으로 저수율이 32.7%에 불과하고, 지난 해 같은 날의 7억톤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또 한국수자원공사가 장기 가뭄에 대비해 '특별 용수공급 계획'을 수립해 댐 하류로 흘려보내는 양을 최소로 줄이고 있는 상황이고, 봄까지 큰 눈과 비 예보가 없어 전망도 우려스러운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안동댐에서 1100만톤을 추가 방류하는 것은 영남권의 용수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만약 정부의 예상과 달리 1100만톤으로 1,4-다이옥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 봄엔 오염된 물조차 구하기 어렵고, 수량이 더욱 줄어든 낙동강의 수질은 더욱 관리가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안동댐과 합천댐의 방류량 1100만톤은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댐 용수 요금(47.93원/톤)과 관로를 통해 지자체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213원/톤) 요금으로 계산할 경우, 각각 5억3천만원과 23억4천만원에 달한다. 댐 용수의 방류가 임시변통이 될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오염업체에 대한 규제 없이 아까운 물을 흘리다 예상치 못하는 부작용을 불러올까 걱정이다.

 

다이옥산 대책에 4대강 정비사업 끌어 붙이기는 억지

 

정부의 세 번째 대책은 낙동강 수질악화 문제가 일회성이 아니므로, 수량 확보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키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적극 연계 추진해 나가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다목적댐 건설, 식수댐 건설, 하천의 저수능력 증대 등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염원관리에 대한 대책이 희미한 상태에서 댐건설은 효율적이지 않다. 폐수 배출을 억제해야지, 배출한 폐수를 정화하기 위해 오폐수처리장과 정수장을 짓고, 거대한 댐에 물을 가뒀다 희석하겠다는 발상이 터무니없다. 댐 건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서 대안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환경 파괴와 경제적 손실까지 초래하는 하수 대책일 뿐이다.

 

특히 하천을 운하 형태로 운영해 저수능력을 증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하천수가 오염됐을 경우 하천의 모든 물을 퍼내고 다시 채워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수질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대책이 아니라 재앙인 셈이다.

 

결국 정부는 낙동강의 식수대란 상황까지 4대강 정비와 운하 건설을 위해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선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완전 폐기된 송리원댐 계획을 수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오고,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이 없는 남강댐 재개발 등을 거론하며 지역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렵다.

 

1,4-다이옥산 대책 꼼수가 아니라 상식에서 찾아라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회의에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먹는 물은 안전해야 한다며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상수원 오염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한심한 대책을 두고 이렇게 뻔뻔할 수 있다니 놀랍다.

 

또 이병욱 환경부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이옥산이 인체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영향이 크다"며 "음용수만 조심하면 되고, 빨래하거나 밥 짓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수돗물 관리부서의 책임자가 발암의심물질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자질이 의심스럽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미국 경제 위기를 탐욕과 무책임이 불러온 재앙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녹색뉴딜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기업의 탐욕과 무책임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쏟아 붓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상식에 비추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염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폐수 배출에 대한 엄한 단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1,4-다이옥산에 대해 법적 기준을 만들어 철저히 관리토록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다.

 

정부가 계속해서 정치적 의도를 앞세우고, 터무니없는 대책으로 억지를 부린다면, 수돗물에 대해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영남권 국민들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발암의심물질 1,4-다이옥산

 

 1,4-다이옥산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IARC가 정한 그룹 2B(DDT, 납 등 포함)에 속하는 발암의심물질이다. 동물실험에서 발암을 일으키고 DNA변이를 일으키는 물질로 판명되었다. 이 물질을 장기간 흡입하면 1차적으로 폐장에 변성을 일으키고, 2차적으로 신장과 간장의 괴사를 불러온다. WHO는 성인이 30년 동안 1,4-다이옥산의 농도가 50㎍/ℓ인 물을 하루 2ℓ씩 섭취하면 10만명당 1명의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법적인 배출 허용기준이 없이, WHO 권고치를 받아들여 그대로 쓰고 있다.

 

 1,4-다이옥산은 산업용 용매나 안정제로 쓰이고 있는데, 구미와 김천의 화학섬유업체가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업체들이 폴리에스테르 섬유 생산 작업을 한 뒤 부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산을 낙동강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01.24 17:14ⓒ 2009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