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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BIS 비율을 인하하겠다고? 이명박은 입만 열면 헛소리?

세계 경제의 규칙을 바꾸려는 이명박 대통령
[칼럼]백성은 말이 앞서는 지도자를 따르지 않는다
입력 :2008-11-26 10:02:00 김성원 칼럼니스트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미 작년말 당선자 시절부터"내년 주가는 3000"이라고 예측하는 등 주식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고, 특히 9월에는"나는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주식에 대한 대단한 애착을 드러낸 셈이지요.

물론 주가 3000의 꿈은 물건너갔고, 들기로 약속했던 펀드도 안드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주식을 사면 부자된다는 이번 발언도 크게 무게를 두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주가의 방향을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예측한다는DC주식갤 둥글게님의 전설처럼,이명박 대통령도 주가의 흐름을 거꾸로 예측하는 능력을 차곡차곡 키우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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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년 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기에 누가 주가를 예측하는 것을 보고 비난하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한 자리에서,"지금은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다... 내년이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경제위기를"우리 생애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적 위기"라고도 평가했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으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도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쁘면 주가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내년 경기가 나쁘리라고 예측하면서 주가는 오르리라고 예측했다니,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말을 했을까가 심히 궁금해집니다.

"지금 주식 사면 1년안에 부자" 발언에 묻히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중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바로"BIS 비율 인하"발언인데, 그 내용을 보자면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이고, 따라서 BIS 비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최근 정부가 은행을 상대로 "기업에 돈을 풀라"고 호통을 쳐도, 은행들은국제적인 기준인 BIS 비율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버티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은행이 국제적 기준 때문에 대출을 하지 못한다면 국제적 기준을 바꾸면 된다"고 나선 것이지요.

뭐 어떻게 보면 창의적 발상일 수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이렇습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BIS 비율이라는 국제 기준을 바꾸기 위해 금융안정포럼(FSF) 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한국은 금융안정포럼의 멤버가 아닙니다.

멤버도 아닌데 남의 포럼에 가서 기웃덴다고 규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

물론 내년엔 금융안정포럼이 신흥국을 멤버로 받아들인다지만, 한국이 이에 포함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면"국제적 기준"을 바꾸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방법은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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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바꾸기 원하는 BIS 비율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죠.

BIS는 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약자인데, 이 기구는 나라마다 다른 관습을 뛰어넘어 금융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금융산업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중요한 한 가지 토대는 바로 은행의 건전성입니다.

은행이 돈을 함부로 빌려줬다가 망하게 되면 그 은행에 투자했던 기관은 큰 손실을 보겠죠.

따라서 은행이 건전하지 못하다면 돈을 빌려주려는 기관이 없어서 금융업이 마비됩니다.

BIS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에게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최소한 8%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1988년 발표된 바젤협약의 핵심이지요.

그런데 은행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자본 8%라는 규정만으론 현재 은행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BIS는 신바젤협약 (Basel II)을 발표했고, 한국에서도 2008년 부터 이를 시행중입니다.

신바젤협약의 핵심은 세 개의 기둥 (Three pillars)라고 부르는 다음 내용입니다.
1.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유지
2. 은행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가동 , 감독당국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감독
3. 은행이 각종 리스크에 관한 정보를 공시함으로 시장이 각 은행의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함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이러한 체제가 바뀐다면, 이는 곧 은행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마음껏 돈을 빌려줘도 되고, 대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며, 대출금의 위험성에 대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떤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알기가 힘들어지겠죠.

과연 이렇게은행의 건전성을 해치면서 대출을 늘리면 경제가 살아날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는 또하나의 현실은,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BIS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 은행이 스위스 바젤에 있는 BIS가 무서울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BIS 비율이 낮아지면 외부에서 돈을 빌려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은행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의 눈초리고, 시장은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은행은 곧 파산 위험이 높은 은행이라고 판단하고 거래를 끊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바젤협정을 파기하든, BIS를 해체하든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현상은 바뀔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평소 그의 발언 습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1. 현실성이 없거나

2. 진심이 담겨 있지 않거나

3. 경제를 모르는 소리가 많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렇게 무게감이 없으니 다른 나라 투자자가 보기에 한국 경제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사태가 벌어졌을 때 소련과 핵전쟁을 각오하고 쿠바를 봉쇄했습니다.

그의 용기와 판단력 덕분에 미국은 코앞에 소련의 핵무기가 설치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죠.

이처럼 좋은 지도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나랑 오바마는 닮은꼴" 같은 말로 대중을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대중이 감동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을 펼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말이 앞서는 지도자를 따르지는 않는 법입니다.



김성원/칼럼니스트


필자 김성원씨는세상을 바꾸는 블로그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경제와 시사에 관련한 다양한 글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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