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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이명박정부, 무대책·강경… 10년전 ‘남북대결’ 상태로 개성공단은?

李정부, 무대책·강경… 10년전 ‘남북대결’ 상태로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11.24 18:21|최종수정 2008.11.25 03:22


ㆍ1년도 채 안돼 최악 갈등 자초…예고된 초강수에도 대비 못해

북한이 다음달 1일부터 사실상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을 중단할 것임을 24일 통보하면서 남북관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남북관계가이명박정부 출범 9개월여 만에 2000년 6·15 정상선언 채택 이전의 대결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교류·협력의 10년 성과가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남북관계의 상황이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왔음에도 '무대책'의 대북 강경 기조를 고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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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통보한 남북관계 차단 조치는 '개성공단완전 폐쇄'만 빠졌을 뿐 교류협력사업의 전면적 중단을 선포하고 있다. 남북간 경제협력의 창구인 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협의사무소) 폐쇄는 상징적인 조치다.

교류협력협의사무소는 지난 3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비핵화 진전없이 개성공단 추가 확대·발전 어렵다'는 발언으로 통일부 직원들이 모두 추방당한 상태에서 코트라 등 '준당국' 인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문무홍 위원장을 포함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과 개성공단 관련 업체의 상주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면 개성공단 활동은 정상 운영이 어려워지게 된다.

개성관광의 전면 중단은 북한이 대내·외에 이번 조치가 '허언'이 아님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겨울철 개성관광객이 다른 계절에 비해 적고 추후 복원에 수월하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조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북한이 지난 12일 통지문을 통해 "1차적 조치"로 육로통행 엄격 제한·차단을 경고했음에도 여전히 대북정책 수정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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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강행과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목표"라는 흡수통일을 시사한 발언 등은 기폭제가 됐다. '이제 남측이 대화와 대결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의 강요인 것이다.

북한의 지난 12일 예고에 비해 통보한 조치 내용이 더욱 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이 짧은 시간에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북·미 대화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이명박 정부로부터 대북정책 수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1주일 전에 통보한 것은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파국' 상황에 처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무대책·무원칙한 대북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6·15 정상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서 드러났듯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여기에는 시간을 끌면 결국 북한이 먼저 남한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낙관'이 깔려 있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전향적인 대북정책 추진 입장을 밝히고, 이에 맞춰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남한 내 여론이 커짐에도 태도가 꿈쩍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통해 관심사안을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수차례 밝혔고, 북한이 대화에 응하면 문제는 술술 풀리게 돼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인식이 단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가 남북관계 상황을 관리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 안홍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