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대화'에 다녀왔습니다 블로그 only 2008/09/10 08:48 Posted by 유창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와대로서는 그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고, 패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불만스러운 대화가 되었습니다. 전문가 패널로서 방송이 끝나고 들었던 생각이 "이거 욕좀 먹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떻게 해도 끝나고 좋은 소리 듣기는 어려운 자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단은 스스로가 몹시 불만족스러웠던 것입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우선 의제선정의 문제였습니다. 이번 행사의 의제들은 국민패널들이 내놓은 질문을 토대로 KBS에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국민패널이 1차 질문을 하면 그에 따르는 2차 질문을 하는 것으로 역할이 정리되어, 당초 예상보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언론정책 논란도 국정원 문제도 다루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제문제에 가장 비중을 두고 싶어하는 청와대의 희망이 반영된 상황이 되었습니다.
100분의 제한된 시간에 너무 많은 질문들을 담으려 한데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이 너무 길어지곤 했습니다. 질문은 30초, 답변은 1분 30초가 규칙이었고 패널들은 대체로 이를 준수했습니다만, 대통령의 답변은 길어지곤 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정은아씨도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서 끊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내용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시청자들 가운데는 "왜 대통령 답변만 듣고 그냥 넘어가곤 하나", 생각하셨던 분들 적지않았을 것입니다.
촛불시위 문제 등과 같이 날카로운 질문을 한 분들도 있었지만, 그냥 대통령에게 정책을 묻는데 그치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국민 입장에서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의제선정 과정에서 질문들어온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현실적인 제약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전문가 패널의 운신의 폭이 좁았고 결과는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하러 나갔느냐는 후회같은 것을 하지는 않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짚을 것은 짚으며 가능한데까지 할 소리는 하는 사람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준비과정에서 KBS 제작팀과 청와대 사이의 신경전이 내내 계속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야 청와대가 개입하지않고 KBS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합니다만, 청와대는 자신들의 희망사항에 대한 '협조'를 계속 요청했던 것으로 압니다.
생방송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부담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닙니다만, 기왕에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음먹었다면 좀더 과감하고 통크게 하는 모습을 청와대가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대통령이라면 좋다, 어떤 얘기든 터놓고 다 해보자, 그랬을텐데 말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그렇게 임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지 않을까요.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그렇게 자신이 없이 조심스러워 하기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번에 전문가 패널이 했던 질문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6개월 평가, 독도문제, 촛불시위 하는 식으로 큰 영역은 미리 정했지만, 질문의 내용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제작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제가 시작하자마자 추가질문에서 "정부의 6개월 평가가 너무 자화자찬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정부를 비판하고 지난 6개월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를 묻자, 이 대통령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만 현장에서 느꼈는가 했더니 다른 패널들도 그 얘기를 하고, TV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한 지인은 “너 이제 찍혔다” 하더군요.
아믛든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관계자들, KBS 제작팀, 국민패널 분들......다들 수고하셨습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767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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