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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유튜브 '어청장 동생' 동영상 삭제

경찰, 자의적 ‘명예훼손’ 판단…외국 사업자도 ‘검열’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7.25 08:41 | 최종수정 2008.07.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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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유튜브 '어청장 동생' 동영상 삭제


구글코리아, 한국에서만 접근차단  업계 "경찰청 요청땐 어쩔 수 없어"


'회원님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동영상입니다.'

대학생 이요훈씨는 며칠 전 유튜브에서 한 동영상을 찾다가 이런 경고문구에 깜짝 놀랐다.

이씨가 보려던 지난 4월23일 < 부산문화방송 > 의 뉴스프로그램의 한 꼭지였다.

알고 보니 경찰청에서 삭제 요청을 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가 해당 콘텐츠(www.youtube.com/watch?v=6j8__gQ-Kco)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켜버린 것이었다.

 

■ 경찰의 마구잡이 요청과 포털의 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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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포털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자의적 판단으로 '명예훼손'임을 내세워 삭제 요청을 하고 이를 포털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국가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여론을 얼마나 쉽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팀은 어청수 청장 동생이 투자한 호텔의 불법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부산문화방송한테는 어떤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5월27일 포털 14곳에 공문을 보내 '명예훼손'이라며 삭제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다시 포털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 6월 이후 올라온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를 요청했다.

포털들은 실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경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지상파 공영방송 보도물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결국 경찰이 사이버 범죄를 단속한 게 아니라 사이버 여론 통제기관으로 바뀐 셈이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포털 업계가 의외로 경찰 쪽과 협조해야 할 일이 많다.

경찰청으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털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구가 있으면 위법성이 명백하더라도 우선 30일간만 삭제 조처를 하고, 30일 안에 당사자가 명예훼손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복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포털은 경찰청의 요청 뒤 30일이 지났고, 경찰청이 아무런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이를 복구하지 않고 있다.

또다른 포털 임원도 "최근 포털의 모니터링 의무 강화가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30일이 지났지만 임시 삭제한 어 청장 관련 콘텐츠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신 이런 사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이용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일일이 보냈다"고 말했다.


지금도 포털들의 '공권력 눈치보기'가 이 지경인데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요구 불응시 사이트 운영자 처벌 규정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이 시행될 경우 포털의 무더기 자진검열은 불 보듯 뻔하다.


■ 외국 사업자에게 번진 한국의 '인터넷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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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게시물 편집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구글에게까지도 정부 요구로 콘텐츠가 삭제된 나라는 중국 등 극소수라는 데서 이번 사례는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도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가 삭제한 동영상은 5월26일 한 누리꾼(아이디 gnomuson)이 올려 하루 만에 1만3천여 조회수를 기록했다.

구글코리아 쪽은 이 동영상의 명예훼손 여부가 의심스러웠지만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내에서만 접근을 차단했다. 구글코리아는 이 콘텐츠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미국 본사 법무팀의 답신을 받았지만 차단 조처를 풀지 않았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음란물이나 저작권을 문제 삼아 삭제 요청을 해와 블라인드 처리한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글코리아는 이달 초 < 조선일보 > 로부터 누리꾼들의 압박대상 광고주 목록이 실려 있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이사는 24일 "미국 본사와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삭제 요청을 받은 페이지가 구글 사용자 정책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며 "구글은 광고주 목록이 담겨 있을 뿐인 이 문서 내용이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구본권 기자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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