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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월의 산/들꽃

[봄꽃] 봄을 말하고 선비를 말하고 권력을 말하는 매화[梅花]이야기

 

 

이른 봄 꽃을 틔우는 나무 중 대체로 이르게 피우는 나무중 하나가 바로 매화입니다.

아름다운 꽃과 매혹적인 향기...

 

산수유, 생강나무, 매화가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는데 그중 단연 매화를 으뜸으로 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맑고 깨끗한 순백의 꽃을 추위가 채 가시기 전에 피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4군자라하여 梅, 蘭, 菊, 竹을 들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온 선비와 정치인들이 이른 봄에 피며 향기도 좋은 매화를 자신들과 동일시하며 고고한 의식의 세계에서 천하고 박한 것을 멀리하며 사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지킨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반 백성들과는 철저히 분리된 그들만의 삶의 테두리를 지키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민초들은 매화가 핀들 쳐다 볼 시간도 없이 농삿일에 매달려 하루 하루를 살아 가는데...

 

그래서 인지 예로부터 정치는 철저히 그들만의 몫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삶과 권력을 지키고, 유지하기에 급급했지 민초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것들 찾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의 역사에서 만나는 성군이라 불리는 왕이나 지조나 절개를 지켜 훌륭하다고 알려진 인물들에 대해서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일반 민초들의 삶과는 별 영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없어서는 그들의 지위나 권력을 유지할 수 없기에 백성들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에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들이 잘 먹고 잘 살 수있도록 하기 위해 목줄을 풀었다 조였다 하는 정도의 행위들을 교과서를 만들고, 역사를 말하고,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이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자 국민을 상대로 '인간의 가치는 이러하다'라고 부풀려 세뇌시켜 온 듯합니다.

 

계속된 노예로서의 삶을 영위하도록...

 

 

정치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자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그들의 검은 속내는 감추어 마치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양 과대포장을 하고, 그들의 부와 명예를, 권력을 챙겨가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우리 국민들은 그들이 내어 놓는 과장되고 포장되어 미화된 모습에 속아 스스로의 희망들을 만들고 또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한마디로 소비재적 노예로서의 삶을 말입니다.

 

 

그들이 매화를 좋아 하는 것은 매화를 닮고 싶어서가 아니라 매화처럼 보이고 싶어서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매화를 비.은유해 짓는 시들도 다 권력지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梅花數枝開亦最晩。吟成長句用破幽寂。 

매화 몇 가지가 늦게 피었기에, 시 지어 한가롭게 보내다

 

簷角寒梅亦自芳-처마 밑 매화 스스로 꽃다워서,

夜深來繞意偏長-밤 깊으면 와서 보니 그 뜻 길기도 해라.

 

疎疎月照尊中影-달 밝으매 술잔에 엉성한 그림자 비치고,

細細風吹竹外香-바람 불면 대밭가에 은은히 향기 나네.

 

破臘一枝那得見-섣달에 벌어진 한 가지 어쩌면 얻어볼꼬,

殿春孤樹最堪傷-봄에 뒤진 외로운 나무 가장 애달프네.

 

西湖病骨詩難到-서호의 병골이라 시도 짓기 어려우니,

准擬明朝醉發狂-내일 아침 술에 취해 미쳐나 볼까.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기대승 [奇大升, 1527~1572]

 

 

    매 -권 필-

 

梅 매

氷骨 얼음 뼈

玉腮 옥같은 뺨

臘將盡 섣달 다 가고

春欲廻 봄 오려 하는데

北陸未暖 북쪽 아직 춥건만

南枝忽開 남쪽 가지 꽃피웠네

烟朝光掩淡 아침 안개 빛 가리고

月夕影徘徊 달 저녁에 그림자 배회한다

冷蘂斜侵竹塢 찬 꽃술 비스듬히 대숲 넘나고

暗香飛入金罍 향기는 날아서 금 술잔에 드누나

始憐的皪凌殘雪 고운 꽃송이 잔설에 떨어 안스럽더니

更惜飄颻點綠苔 바람결에 날려 이끼에 지니 애석하도다

從知勁節可比淸士 굳은 절개를 맑은 선비에 견줄만함을 아니

若語高標豈是凡才 그 우뚝함 말한다면 어찌 보통 사람에 비하리

愛幽獨尙容詩人看去 홀로 있음 사랑하여 시인이 보러감은 용납하지만

厭喧鬧不許狂蝶尋來 시끄러움 싫어해 나비가 찾아옴은 허락지 않는도다

試問登廟廊而調鼎鼐者 묻노라, 조정에 올라 높은 정승의 지위에 뽑히는 것이

何似西湖之上孤山之隈 어찌 옛날 임포 놀던 서호의 위, 고산의 구석만 하겠는가

 

 

오늘 아름다운 매화를 보며 우울하고 힘빠지는 이야기를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번 쯤은 다르게 생각해보고 뒤집어 보는 것도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밝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1년 4월 8일 지난 5일 만난 봄꽃 매화를 올리며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