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심리적 동요 차단 공개적 언급 자제
청와대는 ‘9월 위기설’을 넘기자마자 16일 또다시 찾아온 ‘악재’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신청으로 인한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국내외 경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금융위원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은 청와대에 모여 오찬 회동을 겸한 ‘거시경제 정책협의회’를 갖고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회의지만 경제 관련 수뇌부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몇 차례 안된다.
주식·외환 시장이 요동치는 등 금융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 김동연 경제금융비서관은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김동수 재정부 1차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이승일 한은 부총재 등과 함께 실무 대책을 숙의했다.
같은 시간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내 금융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미국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거졌을 때부터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박병원 경제수석 및 참모들이 긴급히 청와대로 나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검토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수차례 상황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대응 기조는 일단 사태를 예의 주시하되 심리적 동요는 적극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박병원 경제수석이 별도의 브리핑을 갖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곧 취소됐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긴급한 상황을 설명하고 위기 대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내 직접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데 시장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오히려 길게 보면 개인·기관 투자가들에게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관리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시장을 안정시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토록 지시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등과의 정보교류를 확대하며 국내외 금융 시장 상황 변동에 대한 실시간 점검에 들어갔다.
<김정선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161823515&code=92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