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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이명박의 재벌수사는 꿩먹고 알먹고? [조완제 기자의 재계 엿보기]

[조완제 기자의 재계 엿보기] MB 재벌수사는 꿩먹고 알먹고?

입력: 2008년 09월 11일 15:43:03

 

검찰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사정 작업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프라임그룹, 강원랜드, 휴캠스, 부산자원 등의 기업 비리 의혹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가령 프라임그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그룹 관계자들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강원랜드 역시 시설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는 헐값 매각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폐기물처리업체인 부산자원은 부정대출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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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최길수기자


여기에다 애경백화점, KTF, ㅇ기업, ㅎ기업 등도 수사 중이거나 내사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수사에는 국세청과 경찰까지 동원된 데다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이들 기업의 비리에는 하나같이 전 정권 시절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있던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재계 안팎에서 이번 사정작업의 배경에 대해 의혹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청와대, 재계, 증권가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번 기업 사정은 두 가지를 포석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비록 ‘비즈니스 프렌들리’이지만 범법 행위나 비리는 그 책임을 묻는 ‘법대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전 정권에서 특혜의혹을 받으며 ‘잘 나갔던’ 기업들이란 점에서 자연스럽게 구정권인사들 손보기도 노렸다는 얘기다.

이 추정대로라면 결국 이명박 정부로서는 꿩 먹고 알 먹고, 양수겸장인 셈이다.

물론 임채진 검찰총장은 전 정권을 겨냥한 기획사정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오히려 사정작업이 더 확대될 거라며 잔뜩 움츠려 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된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호아시아나, 유진 등 ‘노무현 정부’때 급성장했던 그룹의 상층부는 혹시 닥칠지도 모를 사정에 초긴장상태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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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번 사정바람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맞추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전경련은 9월 11일 정기회장단 회의를 여는데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역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간 ‘2차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를 목전에 두었기 때문.

재계가 기업 사정을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이 아닌 정치권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 정보통은 “기업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연루된 전 정권 핵심인사가 타깃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계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과의례가 되고 있는 기업 사정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정경유착과 청산논란, 이젠 지겹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thema/khan_art_view.html?&artid=200809111543032&code=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