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의 뉴욕 본사 건물 앞을 15일 시민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뉴욕/AP 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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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음 차례인가?전세계를 강타한 월스트리트발 해일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금융기관 파산 도미노를 우려하는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파산기업 인수 전문인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 더블유엘로스앤코사 회장은 15일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에 나와 “몇 달 안에 1천개의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지방 은행들이 90년대의 저축대부조합 사태 때처럼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은행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은행권 전반으로 번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적자생존’을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파산위기의 에이아지지(AIG)에 이어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와무)이 계속 추락하면서 다음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는 15일 와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보도했다.
투자 적정 등급보다 세 단계나 낮은 ‘정크’ 등급이다.
“모기지 관련 집중투자로 인한 손실로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와무는 올해 들어 6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94% 하락했다.
와무는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영업을 지속할 만한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이날도 주가가 27%나 하락했다.
와무 파산은 미국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금융 전반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다.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와 무디스가 15일(현지시각) 일제히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악재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 미국 대형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이 에이아이지에 이어 금융위기의 다음 주역이 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15일 한 시민이 시애틀에 있는 이 회사 본사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시애틀/AP 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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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지 본사가 있는 뉴욕주 정부는 15일 에이아이지가 자회사 자금 200억달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 승인해 숨통을 틔웠으나, 근본적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15일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만나 에이아이지 사태 해법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무부와 연준이 오늘 에이아이지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에이아이지는 항공기 리스 관련 자회사인 아이엘에프시(ILFC)를 매각하는 방안 등 유동성 마련을 위해 자구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하루 주가가 61% 폭락하는 등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와코비아은행(25% 하락), 모건스탠리(13.5%), 골드만삭스(12%) 등 미국 금융권 대표 주자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가 실종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까지 투자은행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살아남은 세계 1·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전세계 금융회사 손실액을 최대 1조달러까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위기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전세계 투자은행들이 털어낸 부실(자산 손실상각액)은 5000억달러 가량이다. 위기의 절반은 여전히 남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14일 “현재의 위기는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라며 “더 많은 대형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3105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