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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세계

[미국발 경제위기]루비니 “고장난 시스템 수리없인 금융시장 붕괴”

루비니 “고장난 시스템 수리없인 금융시장 붕괴”
‘월가 쇼크’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붕괴 시나리오 12단계’ 적중…최종 단계 진행 중
“18개월간 지속되면 붕괴…‘희생’ 잇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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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주식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주가변동 그래프를 지켜보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종합홍보관 주가상황판에 16일 오후 코스피지수가 지난 주말보다 90.17 내린 1387.75로 표시돼 있다(오른쪽 사진). 김정효 기자hyopd@hani.co.kr, 뉴욕 상하이/로이터 연합
위기의 막바지 단계인가?

지난해 6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때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바닥을 쳤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월가’는 끝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2년 전 미국 금융시장의 암울한 미래를 정확히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장난 미국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채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 붕괴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의 금융 위기는 몇몇 금융사들의 개별적인 실패가 아니라 첨단 파생금융 상품 등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실패가 불러왔다는 점에서, 루비니 교수의 진단만큼이나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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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의 ‘외환 위기’를 1~2년 앞서 정확히 예측한 루비니 교수가 2006년 미국 금융위기의 출현을 예견했을 때, 아이엠에프(IMF) 등 많은 경제 전문가와 단체는 그의 예측이 엉터리 수학모델에 기초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그의 비관적 전망이 맞아들었다.

 

그가 일찍이 이번 금융 위기의 성격을 월가의 “금융 시스템”에서 찾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의 위기인 탓에 해소되기도 어렵고, 그 깊이도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고점 대비 20~30% 폭락한 주택가격 △미국 국내총생산(GDP)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의 위축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넘어서 전세계 금융 시장으로 번진 금융 위기를 현 위기의 세 가지 특징으로 꼽으며, 위기가 더욱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2월26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금융위기를 구체화한 ‘미 금융 시스템 붕괴 12단계’도 거의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최근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이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메릴린치의 매각, 에이아이지(AIG)의 구제금융 신청 등 지금의 금융 시장 상황은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의 최종 12단계(표 참조)에 와 있다.

문제는 이 막바지 단계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의 예측으로, 현 국면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체 자금조달 능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한 금융사들에게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11단계와, 상업은행의 파산이 잇따르는 12단계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루비니 교수의 전망을 분석해 국내에 소개한 삼성증권의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시나리오의 최종 단계가 “6분기 동안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붕괴에 다다를 것이라고 그가 예측했다”고 전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1년 반 동안 루비니가 말한 최악의 상황은 세계 금융시장에 속한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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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오늘이나 며칠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모기지 위기’의 파장에 따른 숨은 위험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해, 루비니의 분석과 예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을 언제 누가 쓰러질지 모를 ‘러시안 룰렛 게임’에 비유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 이후 다시 입을 연 루비니는 거대 투자은행의 희생이 잇따를 수 있다고 15일 경고했다.

“만약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예금계좌 등 안전한 토대를 지닌 금융기관과 합병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은 이들 투자은행들도 붕괴할 것이다.”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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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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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의 뉴욕 본사 건물 앞을 15일 시민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뉴욕/AP 연합
누가 다음 차례인가?

전세계를 강타한 월스트리트발 해일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금융기관 파산 도미노를 우려하는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파산기업 인수 전문인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 더블유엘로스앤코사 회장은 15일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에 나와 “몇 달 안에 1천개의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지방 은행들이 90년대의 저축대부조합 사태 때처럼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은행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은행권 전반으로 번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적자생존’을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파산위기의 에이아지지(AIG)에 이어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와무)이 계속 추락하면서 다음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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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뮤추얼과 AIG의 주가추이

스탠더드앤푸어스는 15일 와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보도했다.

투자 적정 등급보다 세 단계나 낮은 ‘정크’ 등급이다.

“모기지 관련 집중투자로 인한 손실로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와무는 올해 들어 6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94% 하락했다.

와무는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영업을 지속할 만한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이날도 주가가 27%나 하락했다.

와무 파산은 미국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금융 전반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다.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와 무디스가 15일(현지시각) 일제히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악재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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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형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이 에이아이지에 이어 금융위기의 다음 주역이 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15일 한 시민이 시애틀에 있는 이 회사 본사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시애틀/AP 연합

에이아이지 본사가 있는 뉴욕주 정부는 15일 에이아이지가 자회사 자금 200억달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 승인해 숨통을 틔웠으나, 근본적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15일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만나 에이아이지 사태 해법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무부와 연준이 오늘 에이아이지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에이아이지는 항공기 리스 관련 자회사인 아이엘에프시(ILFC)를 매각하는 방안 등 유동성 마련을 위해 자구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하루 주가가 61% 폭락하는 등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와코비아은행(25% 하락), 모건스탠리(13.5%), 골드만삭스(12%) 등 미국 금융권 대표 주자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가 실종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까지 투자은행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살아남은 세계 1·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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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투자은행 ‘생존경쟁’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끝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전세계 금융회사 손실액을 최대 1조달러까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위기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전세계 투자은행들이 털어낸 부실(자산 손실상각액)은 5000억달러 가량이다. 위기의 절반은 여전히 남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14일 “현재의 위기는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라며 “더 많은 대형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3105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