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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먹거리이야기

꾸무리한 날씨에는 뜨거운 복국이 딱입니다.


오늘도 날씨가 꾸무리합니다.
꾸무리가 무슨 말이냐구요?
^^
경상도말로 해가나지 않고 흐리다는 이야기 입니다.

제법 시원해진 날씨는 계속해서 내리다 말다 하는 비로 인해 습기가 가득합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복국입니다.

지난 8월 8일 출발한 3박4일간의 남도기차여행
그 여행중 부산에서 만난 복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는 최고라는 복국
아니 참복국!!!

요즘은 참복이 귀해서 까치복이나 은복을 주로 사용합니다만, 더러는 먹지도 않던 밀복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복국은 참복이 제맛이지요.

부산에 도착한 일행은 블로그 이웃인 '진파리'님 부부와 늦은 밤까지 거하게 술을 나누고 폭우 속에 헤어져
동래 온천장에서 1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천장하면 예로부터 동래산성이 있는 금정산을 병풍삼고 온천이 좋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봄이면 케이블카가 있는 금강공원이 전국에서 행락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당시 50환[5원]짜리 백동전 하나면 필자가 살던 동대신동 집에서 서면을 거쳐 동래 온천장까지 
지금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차를 왕복으로 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친구들과 금강공원으로 놀러를 가면 사방에는 한복을 입고 술에 취한 여인들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술을 마실 기회가 적던 그 시절,
1년에 단 한번 농한기인 봄에 나들이를 나와 한잔 두잔 마신 술에 못이긴 결과지요.

지금 생각해보아도 금정산 금강공원은 대단한 여행처 였습니다.
하긴 뭐...
그 당시에는 온천천에 민물장어가 살았을 때이니까...
ㅎㅎㅎ

참 세월 무상합니다.

어쨌던 그 온천장 온천골목에 80년대만 하더라도 복국집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야간통행금지가 풀리고,
밤새 음주가무로 시간을 보내고 녹천탕에서 뜨거운 온천 목욕을 하고 나와서는
뜨겁고 속이 시원한 복국으로 해장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추억을 가지고 들른 온천장에 복국집이 죄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온통 곰장어집들만 들어서 있습니다.


겨우 겨우 발견한 곳이 딱 한군데...
이건 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참복일번가'

어쨌던 복국의 참맛을 모르는 일행을 부추겨 들어선 가게는 딱 한테이블에만 해장을 하려는 것인지 손님들이 앉아 있습니다.


참복국을 먹길 희망하였으나 일행이 가격에 놀라 그보다 낮은 수위의 복국으로 주문을 하는 통에 그냥 묻어 갑니다.
ㅠ.ㅠ

복어에는 껍질, 알, 간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이 있다고 합니다.
요리 할때는 이 독을 제거하고 먹는데 살속에 남아 있는 미량의 이 독성분이 숙취를 제거한다고 알려진 물고기입니다.

요즘들어 대량으로 양식을 한다고 하는데...
양식을 한 복어에서는 독성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복어에 생기는 독성은 기생충에 감염됨으로해서 생긴다는 이야기까지
복어는 먹는 것으로나 말하는 것으로나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참 많은 물고기 입니다.


잠시 후 나오는 반찬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술꾼들의 손실된 비타민보충을 위한 신선한 야채샐러드와 복어껍질로 만든 묵이 나옵니다.


초고추장을 얹어서 나오는 복어 껍질 묵은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압니다.
담백하면서도 약간 고소한, 입안에서 쫀득거리면서 오돌한 그맛은 초고추장의 새콤함이 더해져 색다른 맛이 됩니다.
거기다 미나리의 상큼한 향까지 더해지니 한잔 술이 절로 생각이 납니다.
^^ 


복국집이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전통이 전해온 듯합니다.
생다시마와 통젓갈
다른 지방에 가면 다시마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지만
부산에서는 반드시 젓갈에 찍어먹거나 쌈을 싸서 먹습니다.
어쩌면 특이한 식성일 수도 있지만 어려서 부터 이렇게 먹어온 필자로서는 더 깔끔하고 개운한 것이 입에 잘 맞습니다.


그리고 복어국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것 하나
바로 신김치입니다.
무슨 연유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김치가 없으면 왠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드디어 복국이 나옵니다.

그런데 약간의 양념이 들어 있는 뚝배기가 하나 더 나옵니다.
부산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그 용도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복국에 들어있는 아삭한 콩나물을 건져서 그 그릇의 양념장에 비벼서 먼저 먹고,
그 먹는 동안 식은 복국을 먹는 것입니다.

더러는 이 콩나물 무침 양념이 입에 맞아 일부러 찾아 다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고소한 참기름과 참깨, 그리고 초고추장이 적당히 섞여서 아삭이는 콩나물을 먹는 재미나 맛이 상당합니다.
콩나물과 밥, 그리고 식초를 가미한 뜨거운 복국과 적당히 순서를 맞춰서 먹으면 부산식 복국먹기가 끝이 납니다.


참...
복국 속의 고기는 고추냉이에 찍거나 아니면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이 더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복어가 얇게 저미듯이 잘려져서 담겨있습니다.
예전에는 토막으로 나왔었는데...
아마 가격은 비싸고 이문은 적으니 작은양으로도 양이 많게 보이려는 꼼수이거나
 냉동복을 사용하다 보니 육질이 딱딱해진 것을 감추려는 짓거리 같기도 해서 입맛이 씁니다.

앞으로 진정한 복국맛을 보려면 집을 팔거나 자동차를 팔고 그 돈으로 먹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런데 복어가 그렇게나 많이 양식을 하고 수입도 한다던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필자의 지인이 울산에서 맛 좋기로 유명한 복국집을 오랜기간 운영하였는데
 작년 쯤 문을 닫았습니다.

이유인즉슨 생참복을 사다 조리를 해서 내어 놓으면 적자랍니다.
참복 한마리에 몇십만원을 줘야 사는데,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조리하고 가게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까지해서 적정한 선에서 돈을 받으려면
뒤로 넘어 진답니다.
4명 기준으로 참복회에 지리나 매운탕을 배두드리며 먹으려면 보통 20만원 정도는 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결국 비싸다는 소리 듣기 싫어 싸게 받다보니 계속 적자랍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짓을 하나?'하는 회의가 들어 가게를 닫았다고 합니다.

돌대가리 김영삼이 대통령 출마 당시 '우리가 남이가'로 유명해진 부산의 금수복국
그 분점이 몇년 전 대전시 유성구에 생겼습니다.

마침 유성의 홍인 오피스텔에 있을 때라 복국을 좋아 하는 필자가 들러서 맛을 보고는 그자리에서 돌아서 나와버렸습니다.
가게는 돈질로 잘 꾸며 두었는데,

복국의 진수인 국물 맛이 멸치 다시물보다 못합니다.
물론 맛은 주관적인 것이니 이글을 보시는 분들의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하긴 돈질을 해서 투자를 했으니 본전을 뽑으려면 비싸게 받아야겠지요.

지금이야 얼마나 개선되고 나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곳은 비가 오다 말다, 바람이 불어 대는데
옥천을 지나서 포항으로 가고 있는 친구말에 의하면 남쪽은 햇빛이 쨍쨍하답니다.

이럴 때 보면 대한민국 참으로 넓습니다.


오늘은 꾸무리한 날씨 덕에 생각난 복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0년 9월 10일 시원한 복국 한그릇이 그리운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