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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10월의 마지막날,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서 12일째

 

 

10월의 마지막날,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서 12일째

 

 

10월 15일 안전교육을 받고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

일을 시작한지 어느 덧 13일째를 맞았습니다.

 

별다른 기술은 없지만 궤도팀원으로 열심히 제 할일을 해 왔는데

어제는 다른 팀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ㅠ.ㅠ

 

장대팀이라고 부르는 300미터짜리 철로 레일을 가는 팀으로 가게되었는데

다들 그 팀에 가서 일 하기를 꺼려합니다.

왜???

 

궁금하기도 하고 장대팀의 업무도 궁금하였기에 별 생각없이 나섰는데...된장!!!

 

안개가 가득한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면서 하루가 지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이 힘들고 어려워서가 아니고

장대팀장이라는 사람의 의식구조가 틀려먹은 것 같습니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장에 모여 궤도팀에서 지원을 간 5명과

장대팀이 어우러져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계룡도령이 식사 후 30분지나 약을 먹어야 하는 관계로

마침 업무지시를 하는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약을 먹어야 해서 그러는데 물을 어디에 있나요"?

"그러자 마자 물은 없다, 자신이 마실물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물을 못먹어서 일을 못하겠다면 당장 돌아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아오지 탄광에서도 물은 준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선진 G7에 드는 대한민국의 근로현장에서 물을 주지 못하겠다니...

그것도 마치 지극히 당연한 듯이 너무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참...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처음 출발할 때 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물을 미리 준비하라고 일러 주던지...

팀장이나 반장이라는 직책이 거저 주어지는 자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팀원이나 반원들이 불편함 없이 업무를 무난히 수용하고

안전하게 목표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챙겨주며 일의 방향을 일러 주는 자리 아닌가요?

 

그런 본연의 일을 두고 스스로 알아서 하라???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 땀을 무지막지하게 흘리는데

수분 보충도 할 수 없는 작업장이라면

이것 잘못 되어도 아주 크게 잘못 된 곳 아닌가요?

 

정신나간 장도팀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최소한의 근로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업장으로 만들다니...

 

그렇게 아침 기분을 잡치고 일을 하자니

평소에 즐겁게 일을 하는 계룡도령이지만

영 흥이 나지 않습니다.

 

 

궤도반의 'ㅈ' 반장의 경우

아침마다 일일이 사람들을 시켜 물을 챙기기가 어려우니

자신의 사비를 들여 생수를 구입해서 반원들이 목마르지 않도록 준비를 해 줍니다.

 

그리고 간간이 먹거리를 챙겨주며 일에 지친 반원들을 독려하고

즐겁게 일 하도록 흥을 돋우워 주기도하는데

이건 뭐 노예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 자신도 팀장이지만 피 고용자 입장이면서

일하러 온 사람을 가라 마라 이야기하는 것 부터가

인간적으로 기본이 않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문득 전라북도 김제시 백산저수지를 배경으로 윤흥길이 쓴 장편소설 '완장'이 생각났습니다.

 

 

어쨋든 일당이라도 받으려면 쫒겨나지 말고 일을 해야 하는데

이날 기분 더럽게 계룡도령이 한 일은 300미터나 되는 긴 길이의 레일을 깔기 위해

선로에 레일을 놓고 장치하기 위해 롤러를 두고

그 위로 레일이 지나가게하는데 그 레일이 지나가는 곳에 잘 구르듯 미끄러져 가게하는

15~20킬로그램 정도는 될 듯한 롤러를 깔고 걷는 일을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놓아주는데 무게가 무거워서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아침부터 별 지랄 같은 경우를 경험한 지라

더 힘이 들고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ㅠ.ㅠ

 

 

300미터의 거리를 약 6.5미터 간격으로 롤러를 깔아야 하는데...

땀은 비오듯 하고 갈증까지 더해 정말 중노동입니다.

 

 

이렇게 롤러깔기를 마치면 300미터 길이의 레일이 얹혀집니다.

 

 

이렇게 레일을 장치하기 위한 레일공급 전용 대차가 있더군요.

 

 

보이시나요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로...

    

    

300미터 길이의 철로 레일이 내려지면

시작접과 끝점을 적당한 위치를 잡아 잘라 냅니다.

 

 

보이나요?

이제 레일은 전용지그를 이용해 반듯하게 잘려져 용접을 기다리게 됩니다.

 

 

보세요.

반듯하게 서로 잘 붙어서 틈이 보이지 않죠?

 

보면서 느끼는 것은 팀장이 경우가 없어서 그렇지

현재 같이하는 장대팀 팀원들이 일을 참 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늘 계룡도령의 일이 마친 구간은 학천터널 시점에서

오송고가교끝까지 300미터 레일 6개길이의 레일[12개]을 깔았습니다.

 

최소한 5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다는 사실...

 

3개의 고가다리 중 가운데는 기존 경부고속철도 구간이고

좌측과 우측의 높은 부분이 장대레일을 설치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구간입니다.

 

이날 작업은 오른쪽의 제일 높은 고가교 끝단까지 해 내었습니다.

 

경부고속철도구간에는 KTX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

 

 

모두 12개의 레일을 내려 놓고 레일을 운반했던 열차는 기지로 돌아갑니다.

또 내일의 작업 준비를 위해서...

^^

 

 

기분도 더럽고 힘도 무척이나 든 일이 끝나고

지원을 나간 궤도팀 5명은 사무실에 내려주는 통에

숙소인 계룡산 갑사로 가야할 교통편조차 준비되지 않아 어처구니 없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계룡도령의 차량으로 갑사까지 가야했다는 참으로 기분 더러운 전설을 남겼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팀원을 잘 추스르지 못해서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가 되돌아 보고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반성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팀원들을 대해야 하는데

매번 팀원이 모자라 다른 반원들의 지원이나 받는 처지에

해대는 처신은 인간을 인간 대접하지 않으니 다들 장대팀으로는 가지 않으려 하고

지원을 보내려는 반장이나 팀장의 눈을 피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든 사람사는 세상은 간단합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주면 됩니다.

일을 시키는 자와 일을 하는자로 나뉘면 인간적 관계는 사라집니다.

팀장이라는 완장이 자신의 인격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 보다는 먼저 일용직 노동자로 들어와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당신 역시 일용직 노동자라는 사실 분명히 알길 바랍니다.

 

그리고 계룡도령은 작은 도서관을 짓는다는 필요에 의해서 돈을 벌러 간 것이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 분명히 밝힙니다.

 

참 짜증 스럽게 일한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보며...

 

 

 

 

 

[2013년 10월 31일 참 기분 더럽게 일하고 돌아 온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