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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입동에 맞은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서 17일째

 

 

입동에 맞은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서 17일째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또 다시 하게 됩니다.

 

봄의 온기에 행복해 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같은데...

벌써 또 다른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니...

 

지혜가 아닌 몇가지의 지식으로 등급을 메기고 줄 세워,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미리 재단해 버리는 수능도 치뤄졌고,

오늘 의 밤은 수험생들의 해방구가 될 듯합니다.

 

잘 치뤘거나 잘 못치뤘거나 그 학생의 인성이 어떻고 성품이 어떻고,

교우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오로지 지식 경연장에 쏟아져 나온 시험 문제지만으로 평가를 하는

대한민국의 대입수능정책은 공부를 즐겁게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 모든 학생들이 모두 다 공부를 잘 해야하죠?

 

누군가는 그림을 잘 그리고...

또 누군가는 훌륭한 언변으로 교우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나 행복한 이야기를 해 주는 재주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재주를 지닌 학생들이 많을 것인데 우선 학교 성적에 목을 매야 하니...

 

슬프기도하고 우울하기도 합니다.

 

계룡도령의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일용노동자로서 17일째 날에는

오송-익산간 호남고속철도구간 중 제법 긴 길이의 터널인 영곡터널에서

궤도팀의 조반장팀에서 궤도 설치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도 만나고 즐겁게 일하고 돌아왔습니다만,

점심 밥을 먹기 위해 터널에서 나오면서 문득

우리나라의 청소년 특히, 대입 수능을 위해 죽자사자 매달려야하는

그 가여운 청소년기에 어떻게 해야 터널에서 나오듯 새로운 빛의 세계인

희망과 꿈이 넘치는 세상이 될지를 생각해 보다가

이것 저것 뭉퉁그려서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ㅠ.ㅠ  

   

 

점심식사를 하고 문득 영곡터널과 계룡터널을 연결해 주는 교각 아래의 은행나무가

황금 옷을 거의 다 벗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과 3일전만해도 가장 밝은 빛으로 세상을 내려 보듯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은행나무였는데...

 

 

우리네 인생도 그와 같이 덧없어서...

 

어제의 계룡도령도 안면부여과식 방진마스크를 쓰고

거기에 복면까지 더한 모습으로 깜깜한 암흑의 터널 속에서

발전기의 전구에 의지해 작업을 했습니다.

 

이제 막 완성된 터널이라 시멘트 먼지가 많아 수시로 살수차량이 지나 다니며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은 해 주지만

탁 트이지 않은 곳이라 마스크를 벗고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면

매케한 공기가 목을 탁하고 쳐 버립니다.

 

계룡도령이 참으로 힘들여 돈 벌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여 번 돈이 계룡도령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좋게 쓰여지게 살고 싶습니다.

^^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고 그저 발전기의 엔진음과

여러가지 기계들의 둔탁한 마찰음만이 고막을 때리고,

작업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도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야하는 환경이라서인지

서로들 날카로워져 날선 공방들이 잦은 것 같습니다.

^^ 

 

이제 더 긴 길이의 계룡터널이 눈앞에 있습니다.

 

한달여...

긴 시간을 터널 속에서 살아야할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ㅠ.ㅠ

 

 

[2013년 11월 7일 궤도공영(주) 호남고속철도공사장 현장일용노동자로서 17일을 보낸 계룡도령 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