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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건강검진’ 9개월, 성적은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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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영유아 건강검진’ 9개월, 성적은 ‘美’

료진과 부모 모두 인식 부족 … 악용 사례도
검진율 높지만 자칫 ‘용두사미’ 우려
등록 : 2008-08-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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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건강검진, 성인 검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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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검진, 나라의 미래를 위한 초...

“검사는 하지도 않고 아이 키하고 몸무게만 재고 설문지 보면서 의사가 5분 정도 설명하더니 끝나더라고요. 날도 더운데 5개월 된 아이 업고 괜히 갔다는 생각이 들었죠. 2차 검진 때는 미리 예약하고 설문지 7장을 작성해야 한다니….” (최수아·32·서울 도봉구)


“많은 의사들이 수가가 낮고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검진을 불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80%는 그렇다고 봅니다. 의사가 잘만 하면 이만큼 좋은 제도가 없는데….” (S소아과 원장)


생후 4개월부터 만5세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총 5차례에 걸쳐 국가가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주는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시행된 지 9개월이 됐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까지의 성적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11일 기준 수검건수가 약 54만 건으로 같은 기간 수검대상자인 150만여 명의 30% 이상이 검진을 받았다. 성인건강검진의 시행 첫 해(1995년) 검진율이 15%에 그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 분명하다. 공단은 올해 수검대상자 230만명의 34%가 검진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초반 상승분위기가 곧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 검진기관이 형식적이고 불성실한 검진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 또한 영유아 건강검진이 성인검진과 달리 성장과 발달을 관찰해 건강 위험요소를 조기에 발견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건강검진 하면 떠오르는 혈액·소변 등 검체검사와 X-레이 촬영도 하지 않아 ‘겉치레 검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터에 평균 20~30분이 소요되는 검진을 5분만에 끝내는 의료기관들도 있는 등 알맹이 없는 검진이라는 시각이 퍼져 재검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유아 건강검진 관련 전문가들은 부모, 의료진 모두 의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정희정 교수는 “영유아들의 사망원인 1·3·5위는 질병이 아니라 사고”라며 “선별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혈액, 소변 검사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만 증가시킬 뿐 의학적으로도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국제 기준에도 나와 있다. 부모들도 이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강검진을 서비스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검진의 목적을 달성하고 재검률을 높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과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


부모들이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고 의료진이 취지를 설명해주고 제대로 된 검진을 한다면 ‘해주는 것 하나 없는 설문지 작성에 그친다’는 오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 제도 시행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부 의료기관도 있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몇 번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에게만 검진 기회를 준다”면서 이를 환자유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정해익 부회장은 “영유아 건강검진은 전문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불성실한 검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건강검진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발달을 확인하고 안전수칙을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과 문진표 항목의 의미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것이 부모들의 이해를 돕고 제도가 안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건강정책국 김한숙 사무관(내과 전문의)은 “형식적으로 검진을 하고 있는 일부 의료진들은 의사로서의 의무감을 잊고 있는 듯하다”며 “검진을 위한 상담 의지를 갖기에 앞서 진료 수가가 낮다고만 하는데, 상담도 상당한 훈련과 기술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수가만 높인다고 상담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의 의식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

황운하 기자 newuna@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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