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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

궤도공영(주) 현장일용노동자로서 24일을 보낸 날 페이스북 지인을 만나고...

 

 

궤도공영(주) 현장일용노동자로서 24일을 보낸 날 페이스북 지인을 만나고...

 

 

어제가 토요일...

 

오늘이 음력10월 보름날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 생각하니 집안의 시제를 모시는 날이기도 한데...

제가 이러고 있습니다.

ㅠ.ㅠ

 

시골에서 혼자서 살고 있는 아들이 못오면 못 올 사정이 있겠거니하

 전화조차 하지 않으신 부모님 덕분[?]에

날짜를 잊고 있던 자식은 불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일당 9만원에 육신이 지치고 정신은 오로지

새벽 5시 30분 기상에만 맞춰져 있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제 날짜 제 시간에 도착하겠습니다. 

 

이런상황에서 글을 쓰려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역시 지옥[?] 같은 터널 속에서

그제처럼 PC를 내려 놓는 앞잡이를 하다가

영문없이 날려 레일의 높이를 측량하여 고정시키는 스핀들이라는 부품을

작업용 레일에 장치하고 볼트를 꼽는 일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것은 3년 10개월 되었고

베트남에서 3년간 택시운전을 했다는 아들보다 어린 친구인데...

이름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들어도 금방 잊어 먹는 묘한 발음의 베트남 이름이기 때문인데

오늘 또 만나게 된다면 혹시 모르니 물어봐야겠습니다.

^^

     

  

잠시 점심식사 시간을 맞아 지옥같은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담은 사진입니다.

다각형의 하얀 점들이 전부 먼지입니다.

  

물론 항상 이런 것은 아니고

터널도 고속철도구간이 아니라 비상 출입용 터널인데

사진을 찍기 직전에  터널 공사용 레미콘 트럭이 터널 밖으로 나가면서 일으킨 먼지가 포함되어서 입니다.

 

야외에서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한 기분으로

맛이나 질이 아닌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한달 전만 해도 피하던 태양을 즐기며

문득 터널 위 경치를 보다가 몇그루 죽어 있는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주목과는 달리 저렇게 1년을 넘기지 못하지만,

마치 한 때 왕성했던 삶을 늘어 놓듯

나름의 굴곡진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계룡도령의 페이스북 친구가 오후 6시경 동학사 쪽에서 모임이 있는데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마고 하고 6시 퇴근해서 30분이 되기 전에 도착할 것이라고 약속을 했답니다.

^^

 

 

그렇게 점심을 먹고는 지인으로부터 메시지도 받고 약속도 한 상태로

양로의 기본이라 할 하이드로작키를 이용해 레일을 띄우는 일을 했는데

20킬로그램 정도는 되어 보일 작키를 들고 다니는 것 부터가 무리인데다

작키를 펌핑하는 일 역시 어깨가 무너지는 듯한 피로도가 따릅니다.

 

농담 삼아 지인 만나서 소줏잔 들 힘도 없겠다고까지 이야기하고는

헥헥거리며 일을 하는데

오후 5시가 넘도록 마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토요일에 공기도 나쁜 터널 속에서

칼퇴근이 장점인 일용직노동자들을

평소보다 30분 가량 늦게 퇴근을 하게하는 짜증나는 일들이 있고,

저녁은 커녕 손도 닦지 못하고 과속으로 달리고 달려

6시 55분에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

 

 

같이 차려진 음식으로 간단하게 서로를 눈여겨 보고

기념 촬영[?] 사진 한장 남기고 흥이 무르익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계룡도령의 표정에 웃음기가 없는 것은 그런 복잡한 이유도 약간의 영향을 끼쳤답니다.

ㅎㅎㅎ

 

박영우님 김이구님 반가웠습니다.

 

언제 날씨 좋은 날 한잔 거하게 하자구요.

 

돌아 오는데 공주 경찰서에서 음주 단속을 하더군요...ㅎㅎㅎ

 

재수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잘 못잡은 것인지...ㅎㅎㅎ

 

 

 

 

[2013년 11월 16일 궤도공영(주) 현장일용노동자로서 24일을 보내고 페이스북 지인을 만난 계룡도령 춘월]